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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정치적 판단을 논해야 할 시점
▲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

“어느 순간부터 최저임금 인상 운동에 대한 기대감이나 설렘이 사라진 것 같아.”

“예전엔 최저임금위원회가 저임금 청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주는 것 같아서 관심이 많았는데, 이제는 최저임금 협상에 눈이 잘 가질 않아.”

얼마 전 몇몇 조합원들과 대화를 나누며 들은 얘기다. 매년 봄, 여름마다 최저임금위 시즌에 맞춰 청년들의 목소리를 외쳐 왔던 청년유니온 입장에선 심각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나 역시 조합원들의 문제의식에 크게 공감하는 바다. 청년유니온은 올해도 최저임금위에서 협상을 해야 하는데, 조합원들을 비롯해 수많은 청년들의 최저임금을 향한 관점이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져 난감하다.

그렇다고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오히려 사회적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주장을 고스란히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것을 펼쳐 낼 생각은 없다. 최저임금은 고용난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이 아니다. 노동자가 최소한의 생계유지를 위해 시간당 급여가 적정 수준으로 책정돼야만 한다는 목적을 가진 제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저임금 노동자 비중이 처음으로 20% 미만으로 떨어지고, 임금 상·하위 격차는 5배 아래로 좁혀졌다. 분명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이 급속히 오르며 발생한 긍정적 효과다. 객관적 지표를 보더라도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수준이다. 이전만큼의 급격한 인상률까진 아니더라도, 분명 올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러나 운동과 협상 전략은 반드시 민심을 대변해야 한다. 청년유니온 조합원을 비롯해 수많은 청년들은 최저임금을 주는 사장님이 아님에도, 더 이상 예전처럼 최저임금 인상에 열의를 쏟지 않는다. 사용자단체들과 보수진영에서 호도하는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 프레임에 사람들이 속아 넘어간 것이 이유일까? 이러한 해석에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들의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선, 최저임금을 주는 사람들 문제도 반드시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체감한 것이다.

올해 최저임금 8천350원. 이전처럼 낮은 액수는 아니다. 최저임금이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는 선동엔 제대로 대응하되, 노동운동이 사회적 지지를 획득하기 위해선 이제는 보다 선제적인 전략을 택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이 이제는 일정 수준 소임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냉정히 인정하고, 최저임금조차 주기 어려운 자영업자들의 사회적 권리를 보장하는 데 구체적인 운동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각에선 최저임금조차 주지 못하는 사장님들은 가게를 닫든지, 고용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이론적으론 맞는 얘기다. 그러나 이들도 사람이다. 대기업 본사 및 건물주와의 불공정계약에 맞서 대응할 수 있는 법적 권리도 보장받기 어려운 현실이다. 다시 노동자로 돌아가자니 직업훈련을 받으며 일자리를 구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비용이다. 노동시장 내 경쟁 자체도 워낙 치열하다. 답이 없다. 악순환에 노출된 사람들에게 개인 능력 탓만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불평등 양극화 사회에서 힘겹게 기업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에게는 사회안전망 확충과 과도한 권력을 가진 경제주체들에게 당당하게 대응할 권리가 필요하다. 기업과 기업 간 격차가 해결되지 않으면 불안정노동 문제는 해결되기 어렵다. 여기에 노동운동이 정치적 판단에 따라 정책적 요구를 적극 펼쳐 나가야 한다. 이것은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사회적 권리를 더욱 보장하는 길이기도 하다.

2015년 당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최저임금 1만원을 노동운동의 핵심 구호로 외쳤다. 그리고 현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자영업비서관인 인태연 전국유통상인연합회 회장은 최저임금 1만원을 적극 지지하며 노동운동과 같은 목소리를 냈다. 이러한 연대의 힘이 존재했기에 지금의 최저임금이 존재한다고 확신한다. 이제는 노동운동이 사회적 권리를 박탈당한 자영업자들을 향해 새롭게 응답할 차례가 아닐까? 단순히 구호로만 울려 퍼지는 을들의 연대를 넘어, 결단 있는 정치적 판단을 논해야 할 시점이다.

청년유니온 위원장 (cheol3710@hanmail.net)

김병철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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