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케이블방송 통신산업이 요동치고 있다. 변화와 재편시기를 맞아 도처에서 통신업체의 케이블방송 인수합병이 추진되고 있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 지분을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할 예정이고,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를 합병하기로 확정하는가 하면, KT가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3대 통신업체가 3대 케이블방송업체를 분할해 장악해 가는 모양새다. 일면 불가피한 시장재편 과정이고 정부도 인수합병에 긍정적인 입장이지만 동시에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통신대기업에 의한 지역방송 장악과 사유화다. 이는 곧 케이블방송의 공적 책무인 지역성·다양성·공익성의 심각한 훼손으로 귀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케이블방송은 1995년 군부독재가 종식되고 문민정부로 표상되는 민주화·지방분권·다양성의 시대로 이행하는 과정을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지상파 중앙방송의 한계를 넘어 지역주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지역채널로서 공적 책무를 부여받았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라는 책무가 동시에 주어졌다. 별다른 공적·사회적 장치 없이 통신대기업에 의한 케이블방송의 인수합병이 이뤄진다면 지역성·다양성·공익성이라는 케이블방송의 공적 책무가 훼손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케이블방송통신 노동자들에 대한 인력감축·구조조정도 예상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CJ헬로를 인수하면서 고용보장에 대한 그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CJ헬로는 매각을 추진하면서 2016년 2천200여명에 달했던 외주업체 고객센터 비정규 노동자를 상대로 상시적 구조조정을 진행해 인력의 40%를 감축했다. LG유플러스는 2년간 자회사로 현 CJ헬로 체계를 유지하겠다며 지금도 계속해서 인력감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을 추진하면서 향후 사업전망과 계획, 고용보장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일자리 창출은커녕 대량해고가 우려되고 있다. 독점화한 통신자본이 이용자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대상화하면서 서비스 질 하락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희망연대노조는 케이블방송 통신업계 비정규 노동자들을 조직화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 모범을 통해 민간부문 정규직화를 선도하는 대표적인 민주노조다. 노동조합운동의 위기가 일반화한 시기에 계급연대와 사회연대, 지역연대와 국제연대까지 아우르며 단위노조로선 참 버거운 일들을 진득하게 성과를 내며 해냈고 지금도 진화 중이다. 아동청소년이 건강한 노동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나눔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설립한 ‘사단법인 희망씨’도 희망연대노조 활동에 힘입어 만들어졌다.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하는 한국 사회에서 책임 있는 공동체 성원이자 주체로서 노조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희망연대노조만큼 제대로 보여준 사례가 있을까 싶다.

말이 아닌 실천으로 민주노조 활동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입증한 희망연대노조가 최근 케이블방송 통신산업 구조재편과 맞물린 인수합병 열풍에 시달리고 있다. 비정한 시장질서 속에서 그간 전체 조합원들의 피땀 어린 투쟁의 성과를 한순간에 뺏길 수도 있는 엄혹한 상황이다. 하지만 희망연대노조는 비정규직 과반수 조직화와 사람과 조직을 남기는 전략으로 원청 사용자들을 무릎 꿇렸던 저력을 살려 케이블방송 통신산업 구조 재편 국면에서도 민주노조로서 고심 어린 전진을 이어 가고 있다. 지금 다시 희망연대노조를 주목하는 이유다.

희망연대노조는 이미 유료방송산업의 발전적 재편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케이블방송의 공적 책무가 강화되는 방향이라면 찬성한다는 것이다. 공적 책무의 핵심은 지역성·다양성·공익성 유지발전과 지역의 좋은 일자리 창출이다. 희망연대노조는 케이블방송의 공적 책무 유지와 발전이 인수합병의 전제임을 밝히면서, 공적 책무를 방기하거나 훼손하는 경우 투쟁으로 인수합병을 저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노사상생의 의미 있는 사례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도 바른 방향으로 인수합병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5월30일 '(가칭) 방송통신공공성 강화·지역일자리 창출·인수합병 대응 시민행동'이 출범한다. 시민행동은 정부 승인 과정에서 산업정책에 개입해 친노동 공적 책무 강화를 중심으로 산업재편을 주도하고자 한다. 시민행동은 거대 통신자본의 케이블방송 인수합병에 대응해 좋은 일자리 창출을 실현하려고 한다. 시민행동은 방송통신 공공성 강화를 목표로 공동요구를 내걸고 공동행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시민사회가 희망연대노조와 함께 케이블방송통신의 공적 책무를 실현하고 진정한 노동존중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 (namsin196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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