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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의 격차, 자본의 격차, 그리고 임금의 격차
▲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최저임금 논란의 배경은 저임금·임금격차 문제였다. 정부와 노동운동진영은 이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는 방법으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은 목표했던 바를 충분하게 달성하지는 못한 것 같다. 이제 저임금·임금격차 문제에 다른 해결방법들을 모색해 볼 때다.

마르크스 경제이론 관점에서 보면 저임금과 임금격차는 기본적으로 자본 간 격차 문제다. 경제학은 임금을 노동자 개개인의 노동생산성에 비례하는 것으로 보지만, 마르크스는 노동생산성을 자본의 속성으로 규정한다. 생각해 보면 이는 당연하다. 노동자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또는 자본 소유자가 시키는 일을 한다. 자본주의에서 노동은 자본의 지휘를 받아야만 사회적으로 인정된다. 만약 노동이 자본을 지휘한다면 그 체계는 자본주의가 아니라 노동주의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그래서 임금격차는 결국 자본의 격차를 반영할 뿐이다. 노동자는 어떤 자본의 지휘를 받느냐에 따라 생산성이 결정되고, 임금도 정해진다.

자본의 격차로 인한 임금격차는 자본집약도와 임금격차의 관계로 표현될 수 있다. 자본집약도는 노동자가 얼마나 많은 설비·장비·건물 등을 가지고 일하는지 나타낸다. 당연히 노동자가 사용하는 자본의 양이 많아지면 노동생산성도 높을 것이다. 자본주의의 기본법칙이 바로 자본을 투자해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니 말이다. 기업이나 산업 간에 자본집약도 격차가 커지면 노동생산성 격차가 커지고, 그 결과 임금격차도 벌어진다.

실제 사례를 한번 보자. 한국은행 국민계정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를 이용해 저임금 노동자가 밀집해 있는 도소매·음식숙박업과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제조업을 비교해 봤다. 역사적으로 제조업과 도소매·음식숙박업 간 임금격차는 정확하게 자본집약도 격차에 비례해 증가했다. 1986년 제조업과 도소매·음식숙박업의 자본집약도 격차는 2천만원, 임금격차는 -200만원이었다. 1990년 이 격차는 각각 4천만원·-100만원, 1997년 8천만원·600만원, 2006년 1억3천만원·1천400만원, 2016년 1억9천만원·2천100만원으로 정확하게 비례해 커졌다. 한국은행 경영분석 자료와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를 이용해 제조업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비교해 봐도 마찬가지다.

산업적 특성 탓에 이런 자본집약도 격차가 일반적으로 발생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외국과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이런 자본집약도 격차는 유별난 것이다. 2015년 기준으로 스웨덴은 도소매·음식숙박업의 제조업 대비 자본집약도가 80%, 임금은 90%에 달했다. 독일은 각각 70%·60%, 일본은 50%·70%다. 반면 한국은 자본집약도는 35%, 임금은 50%에 불과하다. 다른 수출제조업 국가와 비교해 보면 한국의 도소매·음식숙박업은 유별나게 자본집약도가 낮고 임금도 낮다(자세한 자료는 필자의 보고서 “저임금·임금격차에 대한 노동자운동의 접근방향-최저임금·소득주도 성장의 한계와 대안”에서 볼 수 있다).

이유는 높은 자영업자 비중 때문이다. 다른 나라들은 도소매·음식숙박업에서도 자영업 취업자 비중이 10%를 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이 비중이 40%에 육박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왜 자영업자가 이렇게 많아진 것일까?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노동자들이 도소매·음식숙박업에 쉽게 진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산업의 자본집약도가 애초부터 낮았기 때문에 적은 자본으로도 자영업자들이 쉽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 도소매·음식숙박업은 다른 나라와 달리 이렇게 계속 자본집약도가 낮게 유지된 것일까? 여기에는 한국 노동운동에 책임이 있다.

도소매·음식숙박업과 제조업 간 자본집약도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부터였다. 왜 1990년대였을까?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제조업에서는 높은 임금인상률에 반응해 큰 규모의 자본투자가 이어졌지만, 내수 서비스업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노동조합 조직률과 임금투쟁이 그에 미치지 못해 임금인상률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부분에서는 사업주들이 자본투자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 역설적이지만 노조의 차이가 자본의 차이를 만들어 낸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이런 경향은 더욱 심해졌다.

대기업·중소기업 간 격차도 비슷하다. 대기업 위주로 노조가 조직되고 임금투쟁이 발생하다 보니, 대기업들은 쉽게 노동집약적 공정을 외주화해서 저임금을 활용할 수 있었다. 자본집약적 공정을 담당하는 대기업에서는 고생산성·고임금이, 노동집약적 공정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에서는 저생산성·저임금 구조가 고착됐다. 노조의 차이가 자본의 차이를 만들었고, 자본의 차이가 다시 임금 차이를 만드는 악순환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서 이어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임금격차를 설명하는 분절적 노동시장론이나, 원·하청 불공정거래론 같은 이론들도 실은 이런 자본의 격차가 제도적 형태로 드러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분절적 노동시장은 자본의 격차가 노동시장 관행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높은 고용안정과 지속적 임금 상승을 보장하는 기업 내부 노동시장은 당연히 높은 수준의 자본투자와 노동생산성이 보장될 때만 지속될 수 있다. 반대로 낮은 자본투자로 낮은 노동생산성이 재생산되는 기업에서는 지휘하는 자본도, 지휘받는 노동도 장기적 관계를 가질 필요가 없다. 그래서 외부노동시장이라 불리는 경쟁적이며 유동적인 노동시장이 발달한다.

원·하청 불공정 거래도 자본 간 격차를 표현하는 하나의 형태다. 원청이란 법적 특권을 갖춘 기업이 아니라 시장에서 우위에 있는 자본이다. 자본이 시장경쟁에서 우위에 서려면 생산성이 다른 기업보다 높아야 한다. 원·하청 구조는 높은 자본집약도로 생산성 우위를 달성한 기업이 하청이라 불리는 생산성 낮은 기업을 지휘하는 관계다.

자,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저임금 임금격차 문제는 논리적 수순에 따라 해결해 나갈 필요가 있다. 즉 노조의 격차를 해소하고 자본의 격차를 완화해서 결과적으로 임금의 격차를 좁히는 수순 말이다. 저임금·임금격차 문제는 최저임금보다도 “노조 조직률의 급격한 상승”에서 답을 찾는 것이 옳아 보인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 (jwhan77@gmail.com)

한지원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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