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현주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대상판결 : 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1.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의 쟁점은 다음과 같다.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6조5항(이하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되면서 정액사납금제하에서 더 이상 생산고에 따른 임금인 초과운송수입금을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에 포함시킬 수 없게 됨에 따라 사용자로서는 고정급만으로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을 지급해야 하게 됐고, 고정급 액수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됐다. 그런데 한편 사용자로서는 고정급을 증액하는 대신 소정근로시간을 줄임으로써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을 높이는 방식으로 고시된 시간급 최저임금액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수 있었다.

사건의 주된 쟁점은,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에 따라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근로자측 동의를 얻어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이 없음에도 소정근로시간만 단축하는 내용으로 변경한 취업규칙 조항이 유효한지 여부다.

대상판결의 다수의견(9명)은 이와 같이 변경된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 단축 조항은 탈법행위로 무효라고 보고 상고기각 판결을 선고했다. 구체적 판단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헌법과 최저임금법 관련규정 내용과 체계,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 취지와 입법 경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의 규정 취지 및 일반택시운송사업의 공공성,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 관련 전후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변경된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 단축 조항은 탈법행위에 해당해 무효다.

가. 이 사건 특례조항 등 최저임금법 규정은 헌법상 국가 의무로 규정된 최저임금제를 구체화해 택시운전 근로자의 안정된 생활을 적극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마련한 강행법규다. 이러한 입법 취지를 회피하기 위해 이뤄진 소정근로시간 단축 조항은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특례조항을 둔 취지는 택시운전 근로자가 받는 임금 중 고정급 비율을 높여 운송수입금이 적은 경우에도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보다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이 사건 특례조항은 종래 근로의무를 부담하기로 합의된 소정근로시간에 대응해 지급하는 통상적이고 기본적인 고정급을 최저임금 수준 이상으로 높이는 것을 당연히 예정한 것이다.

이와 달리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은 변함이 없음에도 형식적으로만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함으로써 시간당 고정급이 고시된 시간급 최저임금 수준을 충족하도록 하는 편법을 예정한 것이 아니다.

나. 국회가 이 사건 특례조항 도입에 따른 긍정적·부정적 효과를 인식한 상태에서 택시운전 근로자의 안정된 생활 보장 등의 입법 효과를 고려해 이 사건 특례조항을 입법한 경위를 고려하면, 소정근로시간 단축 조항이 유효하다고 봐 이 사건 특례조항의 실질적 규범력을 약화시키는 해석론을 전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다. 소정근로시간 단축 조항은 여객자동차법 및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실질적으로 의도하는 국민의 안전 및 교통편익 증진과 같은 입법 취지를 근로관계 당사자가 개별적 합의를 통해 잠탈하는 행위에 해당하므로, 탈법행위로 무효라고 봐야 한다.

라) 소정근로시간 단축 조항의 효력을 유효하다고 해석하게 되면 이 사건 특례조항을 회피하기 위한 행위를 계속 조장할 우려가 있고, 택시운전 근로자들로서는 근로기준법 등의 적용에서 큰 불이익을 입을 수 있는 불안한 지위에 처하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어 수긍하기 어렵다.

② 결국 변경된 취업규칙 중 소정근로시간 단축 조항을 무효라고 판단한 다음, 종전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최저임금 미달액을 계산한 원심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잘못이 없다.


2. 대상판결의 의의

가. 최저임금법 특례조항 입법취지 강조와 탈법행위 규제

국회는 택시운전 근로자들의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사납금을 제외한 초과운송수입금’을 최저임금 산입임금의 범위에서 제외하도록 특례조항을 마련했다(최저임금법 6조5항, 지역별로 2009년 7월1일부터 2012년 7월1일까지 시행일자를 달리함). 동 조항은 고정급 비율을 최저임금 수준으로 높이도록 함으로써 초과운송수입금의 다소에 관계없이 택시노동자의 최소한 생계보장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택시 회사들은 개정 최저임금법에 따라 고정급을 인상하는 대신 외형적으로 법정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명목상 소정근로시간을 형식적으로 단축했다. 실제 근로시간은 그대로인데 단체협약·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을 줄여 최저임금(시간당 고시금액)을 맞춘 것이다. 이에 전국적으로 명목상 소정근로시간 단축의 효력을 다투는 소송이 제기됐고, 하급심 판단이 엇갈리던 중 대상판결은 위와 같은 최저임금법 잠탈 목적으로 변경된 취업규칙은 무효라고 판시했다.

대상판결은 변경된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 단축 조항을 탈법행위에 해당해 무효라고 선언함으로써 위와 같은 정액사납금제의 폐해를 시정하기 위해 마련된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 취지를 다시 한 번 강조하고, 그 규범력을 존중하는 해석을 했다는 의의가 있다.

나. 자발적 합의로 변경한 취업규칙 또는 단체협약 조항에 대한 내용적 규제

대상판결에서 이동원 대법관의 반대의견 3은 설령 사용자에게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과 관련해 최저임금법 위반을 회피하기 위한 의도가 일부 있었다고 하더라도 소정근로시간 단축이 근로관계 당사자들 사이의 자발적 합의에 의한 것으로, 소정근로시간 단축 후 택시운전 근로자의 총수입이 최저임금법상 임금액에 미달하게 되는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변경된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 단축 조항이 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박상옥·박정화·김선수 대법관은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에서 ① “이 사건 특례조항을 회피하고자 하는 당사자들의 합의만을 중시한 나머지 이 사건 특례조항 입법 과정에서 이미 고려된 사정들을 뒤늦게 문제 삼으면서 이 사건 특례조항의 규범력을 부정하는 것으로, 최저임금법의 강행규정성을 무시하고 근로자를 보호하려는 노동법 체계의 근본이념과 배치된다” ② “반대의견 3이 강조하는 협약자치 또는 사적자치 역시 법령에 따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다수의견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헌법 32조1항은 국가에 최저임금제 실시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데, 이는 근로조건인 임금에 관한 규율을 전적으로 노사 간의 집단적 자치 등에 맡겨 둘 수 없음을 전제로 입법자에게 이를 강행적으로 규율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이고, 이에 따라 입법자는 최저임금법상 이 사건 특례조항을 마련한 것이다. 그런데도 이 사건 특례조항 취지를 회피하기 위한 행위를 협약자치 또는 사적자치라는 이유를 들어 유효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이러한 규정 체계 및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상판결은 취업규칙과 단체협약 변경이 절차적으로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강행규정 적용 회피를 위한 탈법행위인 경우 무효가 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다. 적정한 택시 임금체계 형성 기초 제공

박상옥·박정화·김선수 대법관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다수의견에 따르면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 단축 조항을 무효로 봐 이 사건 특례조항의 취지와 규범력을 강조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 정착과 월급제 도입을 유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적고 있다. 대상판결은 택시운전 근로관계에서 적정한 임금체계가 형성될 수 있는 기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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