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수급자격이 안 된다고 이야기했더니 집요하게 따지기 시작했어요. '네가 나를 무시하냐'고 하고…. 그럴 땐 정말 많이 상처받죠."(50대 복지플래너 A씨)

"72세 남성 노인이 집에서 '간호사님' 하면서 손을 잡은 적이 있어요. 놓으라고 하면 그분 기분이 상할까 봐 상냥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어요."(40대 방문간호사 B씨)

서울시 감정노동종사자 권리보호센터(소장 이정훈)가 최근 발간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일명 찾동) 방문노동자 감정노동 연구' 보고서에 등장한 사례다. 복지플래너와 방문간호사는 가정을 직접 찾아 주민에게 필요한 복지정보와 복지·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들은 주민의 과도한 요구나 폭언·폭력·성희롱 같은 다양한 위험에 노출된다고 하소연했다. 복지를 담당하는 노동자가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서비스 질 하락으로 이어지는 만큼 이들을 보호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서울시 감정노동종사자 권리보호센터가 지난해 10월 서울노동권익센터에서 독립한 후 처음 발간한 보고서다. 지난해 11월부터 두 달 동안 이어진 조사에는 공선영 권리보호센터 감정노동사업팀장(사회학 박사)이 총괄하고 최권호 우송대 교수(사회복지학)를 비롯한 4명이 참여했다. 연구진은 복지플래너 8명, 방문간호사 10명, 시민 3명을 심층면접 방식으로 조사했다. 이정훈 소장은 "심층면접조사로 방문노동자의 깊이 있는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담았다"고 설명했다.

"성희롱에 노출되는 여성 방문노동자"

방문노동자가 공통적으로 토로하는 어려움은 △주민의 과도한 요구로 인한 감정노동 △주민의 폭언·폭력 △젠더 기반 폭력 △고독사·자살사건 경험이다. 방문노동자가 감정노동과 물리적 폭력에 노출되는 이유는 사적 공간에서 서비스가 이뤄지는 데 원인이 있다. 가정에 방문해 서비스를 하면서도 안전을 지켜 주는 장치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이 만난 방문노동자들은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방문안전매뉴얼은 2인 동행방문을 장려하지만 인력은 부족하고 동료와 스케줄 조정이 어려워 동행방문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증언했다.

방문노동자는 위기상황에서 112와 119를 호출할 수 있는 스마트워치를 받는다. 그런데 방문노동자는 물론 동주민센터 사업담당자 역시 스마트워치 실효성을 의심했다. 동주민센터 사업담당자 C씨는 "스마트워치를 공급하는 등 여러 조치를 했지만 의미가 없는 것 같다"며 "(사고가) 워낙 순식간에 일어나 대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방문노동자 다수는 여성이다. 지난해 기준 복지플래너 2천768명 중 71.6%(1천982명), 방문간호사 464명 중 98.9%(459명)가 여성이다. 주민·민원인 성희롱에 노출될 위험이 더 높다는 뜻이다. 방문간호사는 혈압 측정이나 복부둘레 재기처럼 주민들 가까이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서비스 도중 갑작스럽게 민원인이 신체 접촉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2인1조 가능하도록 인력충원 필요"

방문노동자들은 감정노동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연구진은 이 이유를 "어디까지 복지 대상자 기분을 맞춰야 하는지 기준이 없고, 다음에 다시 볼 사람인데 문제를 어떻게 제기하냐는 감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선영 팀장은 "수치로 파악되지 않았을 뿐 방문노동자의 감정노동은 심각한 상태"라며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공무원을 '공복'으로 바라보는 인식 때문에 감정노동을 감내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공 팀장은 "매뉴얼을 상황별로 구체적으로 마련하고 방문노동자를 대상으로 교육해야 한다"며 "머리가 하얘질 정도의 위급 상황에서도 바로 대응할 수 있게 매뉴얼을 숙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방문노동자가 2인1조 동행방문을 할 수 있게 인력충원이나 유연한 인력활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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