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의료노조
“신규간호사들이 1년에 한 병동당 적게는 15명 많게는 30명 정도 새로 오는데요. 요행히 2~3일 휴가라도 다녀오면 간호사가 대여섯 명 정도 바뀌어 있어요. 휴가 간 3일 동안 응사(응급사직)하는 간호사는 저랑 얼굴도 못 보고 헤어지는 거죠.”(ㄴ대학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공아무개씨)

국제간호사의 날을 기념해 13일 오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한국 간호사의 노동실태와 과제’토론회에서 나온 증언이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종필 자유한국당 의원·윤소하 정의당 의원·대한간호협회·보건의료노조가 주최했다. 토론회에서는 현장 간호사들이 병원 노동환경을 털어놓았다.

“휴가 3일 다녀오면 신규간호사 5명 바뀌어”

ㄱ중소병원에서 일하는 15년차 간호사 김아무개씨는 “지역 중소병원의 경우 특히 인력부족 문제가 심각하다”며 “1년 내내 간호 인력을 상시 모집할 정도”라고 말했다.

간호인력 부족은 자연스럽게 노동강도 심화로 이어진다. 김씨는 “퇴사나 임신 같은 변수가 발생하면 나이트(밤 근무)가 증가해 노동강도가 너무 높아진다”며 “인력이 많을 때는 한 달에 오프(쉬는 날) 8~10개, 나이트 6개가 발생하지만 인력이 부족할 때는 오프 3~5개, 나이트 10개, 수술실 콜대기가 18~20개씩 발생한다”고 토로했다.

육아휴직, 육아기 노동시간단축은 물론 임신하는 것도 쉽지 않다. 김씨는 “임신 준비를 할 때 다른 선생님(간호사)과 임신이 겹치지 않도록 조심했다”며 “임신 계획이 있으면 부서 이동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팀장도 있다”고 전했다.

고형면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가 노조 의뢰로 올해 2월부터 한 달간 간호사 2만2천851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했는데 응답자의 56.8%는 "업무량이 근무시간 내에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하다"고 답했다. 업무로 인해 식사를 주 1회 이상 거르는 경우도 63.2%나 됐다. 이 중 주 3회 이상 식사를 거르는 비율은 31.3%였다.

연장근무를 하고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연장근무 시간은 30분 이내가 24.2%, 30~45분이 18.3%, 45~60분이 22.1%, 60~90분이 16.7%였다. 하지만 보상받지 못한다는 응답은 43.7%, 일부만 보상받는다는 이는 44.7%였다.

간호사 80% “3개월 내 이직 고려했다”

이직을 고려했다고 응답한 간호사 비율은 79.5%나 됐다. ㄴ병원에서 일한다는 19년차 간호사 공아무개씨는 높은 간호사 이직률을 지적하며 환자 안전을 우려했다. 공씨는 “의사도 한 환자를 정확히 보려면 최소 10년이 걸린다고 하는데, 제가 있는 병원은 중환자실에 1년차 미만 간호사가 75%고 이 중 반년이 안 된 간호사가 40~50% 정도”라며 “환자가 혼자서 알아서 살아서 퇴원하셨다는 뼈 있는 농담을 할 정도로 정말 하루하루 살얼음 위를 걷고 있다”고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인력부족 상황이 경력 간호사들의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토로했다. 공씨는 “경력 간호사들은 이제 막 환자를 보기 시작하는 간호사의 뒤를 봐주고 내가 맡은 환자도 봐야 하는데, 경력 간호사다 보니 중증도가 높은 환자가 할당된다”며 “요즘엔 신규간호사들이 그만둘까 봐 스트레스 안 주려고 보고서도 내가 쓴다”고 했다.

정재수 노조 정책실장은 “간호 면허 보유자수가 늘어나는 만큼 인력이 나가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막아야 한다”며 “현장교육간호사(프리셉터) 지원사업을 확대하고 모성정원제도와 예측가능한 교대제 개편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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