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하나 변호사(해우법률사무소)

“보여주지 않는 보수규정은 어디에서 볼 수 있나요?” 필자의 사무실에 방문한 두 외국인이 필자에게 물었다. 다소 당황스러운 물음을 하는 사정은 이렇다. 두 분은 사립대학의 외국인 교수로 재직 중인데, 같은 업무를 하는 한국인 교수들에 비해 자신들이 불리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교수들은 한국인 교수와 달리 추가 근무수당을 포함한 여러 수당을 받지 못했고, 일부는 연구실도 배정받지 못했다. 근로계약서에는 임금총액 외에 ‘기타 보수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별도의 규정에 따른다’라는 내용이 명시돼 있는데, 정작 당사자들은 해당 규정을 본 적이 없고 대학에 요청해도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순히 취업규칙 게시의무 위반을 넘어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국립대 교원은 교육공무원법 35조 및 공무원보수규정에 기초해 보수가 결정·지급되는 반면, 학교법인이 운영하는 사립대는 사립학교법 53조의2 3항에 따라 정관에 근무기간·급여·근무조건, 업적 및 성과 약정 등 계약조건을 정해 임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어떠한 기준과 방법으로 보수를 지급할 것인지를 원칙적으로 학교법인이 판단하도록 자율성을 부여한 것이다. 다만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 3조는 학교법인이 설치·경영하는 학교 교원의 보수를 국공립학교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정해 사립대학이 임용의 자율성이라는 명목하에 교원 보수 수준을 임의로 저하시키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외국인 교원의 경우 교육공무원법 10조의2 ‘대학은 교육이나 연구를 위하여 외국인을 교원으로 임용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을 뿐, 임금 기타 처우에 관한 여타의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6조에서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남녀의 성(性)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라는 균등처우 원칙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외국인 교원 처우를 한국인 교원보다 낮게 해서는 안 된다. 세부적인 부분에서 달리 처우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그 차이가 합리적이라는 전제하에 별도의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근로계약서에는 등장하지만 누구도 본 적이 없는 외국인 교수 보수규정은 지금까지 행방이 묘연하고, 이후 확인해 본 결과 이러한 차별적 처우를 받는 것이 내담자들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됐다. 실제 규정이 존재한다면 한국인 교수들을 달리 처우한 것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다퉈야 할 것이며, 존재하지 않는다면 근기법을 위반해 자의적으로 근로수준을 정하고, 존재하지 않는 보수규정이 마치 존재하는 것처럼 제도를 운용한 것에 대한 민·형사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일부 사립대학은 다수의 외국인 교수와 외국어 강의가 존재한다는 것을 학교 홍보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도 정작 외국인 교수들을 차별적으로 처우하고 있다. 또한 문제를 제기하는 일부에게만 유인책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본질적인 개선을 회피하고 있다. 지성의 상아탑이라는 대학조차 외국인을 차별적으로 처우하는 현실은 여타 사업장에서 자행되고 있을 차별처우를 염려케 한다. 해마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증가하고 있다. 드러나지 않은 차별이 반복되지 않도록 외국인을 고용하는 사업장의 노동환경 점검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