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선웅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부개정됐다.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법의 목적을 확대해 보호 대상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한정하지 않고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확장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안전교육과 재난사고 예방에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국가의 의무를 정한 헌법 34조6항을 산업현장에 구체화하고자 입법됐다(오상호,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 적용방안 연구)는 것을 감안하면 당연한 일로 생각된다. 고용형태에 관계없이 국민은 모든 헌법적 권리이자 의무인 노동을 하면서 최소한의 안전보건상 필요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최근의 법 해석(박두용 등, 산업·고용구조의 변화에 따른 산업안전보건법 체계 및 규율방법의 필요성에 관한 연구)을 고려해도 결론은 마찬가지다.

특히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은 고용계약상 근로자는 아니지만 실질적으로는 업체에 경제적으로 종속돼 직·간접적으로 업무지시와 감독을 받으며 업무를 수행하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안전보건 예방과 조치를 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를 주는 입법이었다. 올해 3월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전통적 기준에 해당하는 노동자가 166만명, 1인 노동자임에도 자영업자는 아닌 새로운 유형이 55만명이나 된다. 최대 221만명이라는 특수고용 노동자 규모는 전체 임금노동자의 10%가 넘는다. 플랫폼 노동 확산으로 특수고용 노동자 증가는 더욱 빨라질 예정이다.

그런데 최근 입법예고된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은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보호 대상을 확대한 28년 만의 전부개정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다. 입법예고된 하위법령은 보호 대상에 이미 적용범위가 확대되는 상황인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9개 직종만을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명시했다. 더구나 안전보건 관련 내용도 미흡하다. 경제적 비용부담을 고려해야 하는 사후적 법제인 산업재해보상보험법과 달리 예방을 위한 사전적 법제인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업구조와 이에 따른 사회적 안전보건 상황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그것이 선제적 입법으로써 산업안전보건법 목적에 맞는다. 결국 보험료 징수 문제 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사회적으로 통용될 뿐인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개념을 일반적인 것인 양 산업안전보건법에 뒤늦게 적용하는 것은 입법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산업안전보건법의 근본 목적에 맞게 하위법령은 현실 노동상태와 위험 위주로 판단해 보호 대상을 확대하고 보호내용을 설정해야 한다. 특수형태근로가 갈수록 세분화하고 확산하는 것을 감안할 때 적용대상 직종을 선정한 것은 한계가 있다. 장기적으로 산업안전보건법 77조(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등) 2항과 3항에 일하는 사람 모두를 포괄하도록 규정해야 할 것이다.

일례로 입법예고된 하위법령에 따르면 교통사고와 미끄러짐·넘어짐·떨어짐·끼임·충돌로 사망사고를 포함한 지속적인 사고가 보고되며 장시간 노동과 중량물 취급으로 요통 등 건강상의 위험이 이미 알려진 화물운송 노동자, 영화·드라마·극예술 공연 등에서 소규모 건설공사와 동일하게 작업해 사고가 빈번하고 장시간 근무가 팽배한 예술 노동자, 운전 작업자의 위험요소는 모두 가지고 있으나 지입차주 형식으로 운영되는 마을버스·학원버스 등 여객자동차 운전자, 미용업·세탁업같이 화학물질에 노출될 위험이 높은 개인서비스업 형태의 특수고용 노동자, 근골격계 위험이 높은 간병 노동자가 모두 적용대상에 포함되지 않게 된다.

9개 직종 보호조치 내용에서도 건설기계 운전자의 전도·협착 방지조치와 배달 종사자의 안전운행 관련 조치로 제한돼 일반 노동자 보호조치보다 미흡하다. 야외작업과 소음·진동·인간공학적 요인 등 다양한 건강 유해인자에 노출되는 건설기계 운전자의 보건조치는 전무하다. 배달 노동자의 보건조치와 감정노동 보호가 필요한 골프장 경기보조원·학습지 교사·보험설계사·카드 모집인·대출 모집인의 감정노동 보호조치도 없다. 안전보건교육은 사무직으로 분류되지 않은 5개 직종만 의무화했을 뿐이다.

전부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개정 목적에 부합하도록 일하는 모든 사람이 산업안전보건 적용대상에 포함되도록 고민해야 한다. 더불어 하위법령을 통한 보호 대상과 내용이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 입법목적에 맞아야 비로소 입법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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