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다쳐 병원치료를 받으려고 연차휴가를 신청했습니다. 그랬더니 회사가 휴가제외일에 연차를 신청했다며 근무태도 점수를 4점 감점했어요. 며칠 뒤 너무 아파서 출근 후 연차를 달라고 했더니 당일에 신청했다는 이유로 2점을 또 감점했습니다. 근태점수가 낮으면 성과급을 못 받을 수도 있거든요. 사실상 연차휴가 사용을 제약하고 있는 겁니다."

서비스일반노조가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고용노동지청 앞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SH서울주택도시공사 콜센터 노동자의 증언이다. 노조는 "고용노동부는 SH공사 콜센터에서 벌어지는 인권유린과 불법 실태를 조사하라"며 진정서를 접수했다.

공사는 서울시 임대·공공분양 정책을 안내·상담하는 콜센터 업무를 외주화했다. 지난해 5월부터 KT 자회사인 KTis가 맡고 있다. KTis는 업무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휴가제외일을 지정하고 그날 휴가를 사용하면 근태 점수를 깎았다. 당일에 연차신청을 해도 감점한다. 회사는 업무실적 등급에 따라 매달 성과급을 지급한다. 최상위 등급은 30만원을 받지만 최하위는 받지 못한다.

점심시간 사용도 자유롭지 못하다. 노동자들의 점심 휴게시간은 40분이다. 노조 관계자는 "1·2점으로 등급이 갈리기 때문에 성과급을 받으려면 휴가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며 "전화상담이 많으면 짧은 점심시간 40분마저 보장받지 못하고 일한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KTis의 이 같은 방침이 근로기준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근기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연차휴가를 줘야 한다. 다만 사업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는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 하루 8시간 일하면 1시간 휴게시간을 줘야 한다.

노조는 기자회견에서 "공사 콜센터 노동자들은 자유로운 연차사용과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공사와 KTis는 사태를 만든 책임자를 찾아 처벌하고 휴가와 점심시간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KTis측은 "업무가 몰리는 시기에 휴가자가 많으면 다른 직원들의 업무가 과중해지는 면이 있다"며 "근로자들이 문제가 된다고 느끼는 점에 대해서는 개선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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