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국회가 우여곡절 끝에 선거제 개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다.

지난해 여야 5당 원내대표의 ‘선거제 개혁 합의’에서 지난달 29일 패스트트랙 지정까지 험난한 과정의 연속이었다. 여야 4당의 양보와 결단으로 패스트트랙 지정은 완료했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일부의 반발로 소관 상임위원회 논의와 본회의 표결까지 여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2일 서울대병원에 문병차 방문한 여야 4당 원내대표에게 “패스트트랙 지정은 끝이 아니고 시작일 뿐”이라며 “역지사지의 자세로 대화하고 토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자유한국당과 여야 4당 간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자유한국당은 여야 5당의 ‘선거제 개혁 합의’를 뒤집는 내용의 당론까지 제시한 상태다.

정치 전문가들은 자유한국당에 ‘비례대표제 폐지와 의석수 축소’ 주장 철회를 전제로 논의에 참여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총의석수를 10% 늘려 지역구 선거구 조정 폭을 축소하고 국회의원 특권폐지법안을 공직선거법과 동시에 통과시켜 (의석수 확대에 대한) 국민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의석수 10% 늘리고 지역구 조정 폭 줄이자”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와 민주평화연구원이 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선거제도개혁 패스트트랙 이후 전망과 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패스트트랙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라며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밤 선거제 개혁과 공수처 설치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패스트트랙 지정 안건은 소관 상임위인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각각 최대 180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90일간 심사할 수 있다. 그 후 60일 이내에 본회의에 상정한다. 최대 330일이다. 그러나 본회의 상정 전 60일은 국회의장 의지로 단축할 수 있다. 소관 상임위 심사단계에서 안건조정절차를 거치면 기간은 더욱 줄어든다.

하승수 대표는 “(장외로 나간) 자유한국당이 패스트트랙 논의에 들어올 경우와 그렇지 않을 경우를 각각 고려해야 한다”며 “자유한국당이 협상에 나올 때는 당론으로 제시한 ‘비례대표 폐지·전원 지역구에서 선출·의석수 270석으로 축소’ 방안을 포기하는 걸 전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유한국당을 포함해 협상을 한다면 지난해 12월15일 여야 5당 합의문이 기준점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시 여야 5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중심으로, 의석수 10% 범위 내 확대와 지역구도 완화를 위한 제도 마련을 적극 검토하기로 합의했다.

하 대표는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선거제 개혁 협상이 가능하다면 1차적으로 정리해야 할 부분은 총의석수”라며 “의석을 10% 늘려 330석으로 하면, 지역구 247~248석, 비례대표 82~83석 정도로 할 수 있어 지역구 선거구 조정 폭이 대폭 줄어들 수 있다”며 “국회의원 특권폐지법안을 공직선거법과 동시에 통과시키는 형태로 개혁의지를 보여 줘야 한다”고 밝혔다.

“여야 4당 지도부, 강력한 의지 필요”

장외투쟁을 선언한 자유한국당이 패스트트랙 협상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자유한국당이 끝내 협의에 나서지 않는다면 여야 4당만으로 패스트트랙 안건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켜야 한다. 하 대표는 “본회의 표결은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이므로 현재 국회 의석분포를 볼 때 패스트트랙에 참여한 정당 소속 의원들만 찬성표를 던져도 통과가 가능하다”며 “다만 개별 의원들, 특히 지역구가 통합·조정되는 의원들의 불만이 제기될 수 있기에, 선거제 개혁에 반대표결을 하는 의원들은 공천에서 배제하는 등 각 정당 지도부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야 4당의 연대가 얼마나 지속될지도 의문이다.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고문은 “패스트트랙 법안의 수정·타협 과정에서의 이견으로 여야 4당 연대가 깨질 가능성도 있다”며 “김관영 원내대표 임기가 6월까지여서 바른미래당 지도부가 교체되면 4당 연대의 한 축이 붕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동영 대표는 “연동형 비례제로의 선거제도 개혁은 국민이 준 지지표만큼 정당별 의석수를 나누자는 것”이라며 “국회의원 당선자 득표율은 평균 48%로, 나머지 52%는 사표가 되는 승자독식 제도”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려면 정치인을 뽑는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며 “국민과 함께 반드시 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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