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트산업노조가 지난달 29일 1차 노동안전보건위원회를 열고 80여명의 노동안전부장을 임명했다. 노조는 매장에서 노동안전실태를 점검·개선해 나갈 예정이다. <마트산업노조>
마트산업노조가 근골격계질환 예방을 목표로 조합원 실태조사를 한다. 매장별로 노동안전담당자를 배치하고, 전문가와 함께 매장을 살펴보고 문제점과 개선책을 찾는다.

노조는 "2일부터 17일까지 전국 140개 이상 대형마트를 대상으로 근골격계질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조합원 설문조사를 한다"고 밝혔다.

마트노동자들을 괴롭히는 것은 감정노동만이 아니다. 무거운 짐을 내리고 올리거나, 운반하는 탓에 늘 근골격계질환에 노출돼 있다. 정확한 실태를 보여 주는 자료도 찾기 힘들다.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은 "마트노동자와 같이 비정형화한 작업자 중 근골격계질환이 많이 발생할 것으로 보이지만 실태는 거의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전문가들도 실태를 알지 못해 대책을 제안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마트노동자 근골격계질환의 심각성을 유추할 수 있는 자료는 있다. 노조가 지난해 10월 실시한 마트노동자 1만136명 대상 설문조사다. 노동자들에게 "육체노동 개선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물었더니 "입고물품 박스중량 제한"을 택한 답변이 39.3%로 가장 많았다. "앉아서 일할 권리 보장"(27.5%)과 "적정 높이로 진열대를 교체해야 한다"(14.4%), "작업대를 설치해 달라"(10.0%)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설문참여자 평균연령은 49.7세였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이 2017년 유통업 종사자(2천204명) 노동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마트·백화점 노동자 10명 중 3명(35.4%)은 1개 이상 직업병을 겪었다. 디스크 질환(24.1%)과 족저근막염(22.2%)·방광염(18.2%)·하지정맥류(17.2%)를 경험했다.

노조는 이번 설문조사로 마트노동자 근골격계질환 실태를 파악할 계획이다. 전문가와 매장 현장을 찾아 진열대 높이와 박스무게를 살핀다. 작업 중 신체에 가해지는 하중 역학조사와 면접조사도 한다. 근골격계질환을 앓게 된 노동자들을 모아 집단 산업재해 신청을 추진한다. 노조는 현장 개선을 위해 매장 노동안전부장 80명을 선임했다. 조합원이 직접 안전보건 문제를 점검하겠다는 취지다.

정민정 노조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은 "창고형매장 계산대 노동자는 아직도 의자 없이 일하고, 물건을 보관하는 마트창고는 쉴 공간은커녕 의자조차 없는 곳이 많다"며 "아프고 힘들다는 추상적인 주장이 아니라 정확한 실태를 파악해 사회에 폭로하고 개선책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노조는 6월께 토론회를 열어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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