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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동자가 본 김용균법 하위법령 ②] 건설기계 노동자 안전보건조치 '빛 좋은 개살구'최민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정부가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의 하위법령을 입법예고했다. 노동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 밑바닥에서 일하며 사망사고를 가장 많이 당하는 건설현장 노동자들도 그렇다. 건설노동자들이 왜 문제를 제기하는지 3회에 걸쳐 이유를 설명한다.<편집자>

▲ 최민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2018년 2월 처음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을 제출했을 때 고용노동부는 야심 차게 ‘일하는 사람’ 개념을 법안에 넣겠다고 공표했다. 결국 법안 확정 과정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바뀌긴 했지만 기존 ‘근로자’보다는 개념이 넓어졌다.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그동안 산업안전보건법상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던 이른바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안전보건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지난 22일 발표된 시행령·시행규칙·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까지 살펴봤을 때 노동부의 이런 취지가 실현된 법이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새로운 산업안전보건법 77조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종에 종사할 것’으로 제한했을 때부터 예견했듯이,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의 보호를 받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산재보상 특례를 적용받던 일부 직종으로 한정하는 시행령 개정안이 제출됐다. 계약형태나 종속성 등의 측면에서, 기존의 노동자 개념에 속하지 않지만 노동자가 아니라고 했을 때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는 집단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입법적 고민은 여전히 발견하기가 어렵다. 산재보험의 적용 특례를 정할 때와 마찬가지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면 해당 직종만 보호 대상으로 포괄하는 식이다. 이런 접근은 문제가 된 이후에야 보호의 범주로 들어온다는 점과 직종 내의 사실상 근로자까지 특수고용직으로 고착화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점에서 문제가 꾸준히 지적됐는데도 그렇다.

그나마 산업안전보건법 테두리에 들어온 일부 직종에 대한 안전보건조치도 미미하다. 예를 들어 이번에 산업안전보건법의 보호를 처음 받게 된 건설기계 운전노동자들의 경우 이들을 ‘사용’하는 사업주가 해야 할 안전보건조치에는 휴게시설과 관련된 조항이 모두 빠져 있다. 휴게시설·세척시설·수면장소 등을 제대로 설치해야 할 의무는 건설기계 운전노동자를 사용하는 사업주에게는 적용이 안 되는 것이다. 주로 옥외에서 작업하기 때문에 휴게시설이 필요한 노동자들인데, 굳이 규정을 복잡하게 만들면서까지 이를 제외할 필요가 있을까.

또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671조 중 420조 이후 보건기준이 통째로 적용이 안 되는 것도 문제다. 여기에는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자주 노출될 수밖에 없는 소음이나 진동에 의한 건강장해 예방조치, 분진·온도·습도에 의한 건강장해 예방조치, 근골격계부담작업으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조치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무엇보다 건강한 일터를 구성하는 안전과 보건이라는 두 축 중에서 보건에 해당되는 부분을 모조리 적용시키지 않는다는 점은 심각하다. 노동부의 안전보건에 대한 인식이 협소하고도 치우쳐 있음을 그대로 보여 준다. 전 세계적으로 산재사고로 사망하는 사람보다 업무관련성 질환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6배 많다고 하는데, 여전히 안전 중심으로만 정책을 구성하는 노동부의 단견이 안타깝다.

실질적인 안전·보건조치 의무는 이렇게 제한적인데 추가로 도입된 것이 안전보건교육이다. 이제 건설장비 운전자를 포함한 특수고용 노동자도 일을 시작할 때 2시간 이상 교육을 받아야 한다. 특별교육이 필요한 경우 16시간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 자신이 하는 일에서 처할 수 있는 위험과 그에 대한 대처방안에 대해서 충분한 정보도 제공받지 못한 채 일하던 처지에 비하면 안전보건교육 도입은 환영할 수 있다. 하지만 ‘노동자’에 대한 교육은 안전보건에 관한 수많은 조치 중 가장 값싸고 손쉬운 접근이다. 알 권리 보장은 기본이지만 노동자가 위험을 안다고만 해서 사고를 예방할 수는 없다. 건설기계 운전자에 대한 사업주의 보건조치 의무를 통째로 빼놓으면서, 안전보건교육 시간만 규정하는 것은 노동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를 노동자가 모르기 때문이라거나 노동자가 안전을 중시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얕은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이외에 법적 체계 내에 존재하지 않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안전보건조치를 담겠다는 취지는 좋았다. 그러나 지금의 시행령·시행규칙으로는 빛 좋은 개살구, 요란한 빈 수레일 공산이 커 보인다.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산업안전보건법을 제대로 적용해야 한다는 근본적 문제의식으로 돌아가 이를 담아낼 수 있는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최민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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