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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전환 없는 국립대병원 ②] 노동권과 인권의 사각지대가 만들어 내는 상처들김종숙 보건의료노조 광주전남지역지부 부지부장

국립대병원에서 파견·용역직으로 일하는 노동자는 5천명에 육박한다. 환자이송이나 청소·시설관리 같은 업무를 한다. 국립대병원 비정규직은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1단계 정규직 전환 대상자들이다. 3단계로 나뉜 정규직 전환 단계 중 가장 먼저 추진한다는 뜻이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국립대병원을 통틀어 간접고용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한 곳은 양산부산대병원이 유일하다. 전환된 노동자는 240여명이다. 사실상 전환율 0%라고 지적하는 노동자들 주장에 힘이 실린다. 국립대병원 노동자들 목소리를 들었다. 다섯 차례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 김종숙 보건의료노조 광주전남지역지부 부지부장

저는 전남대병원에서 청소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는 50대 후반 아줌마, 김종숙입니다. 길가의 돌멩이 하나도 나름대로 사연이 있다지만 저 역시 외환위기 전까지는 국내 굴지의 금융기관에서 승승장구하며 살다가 남편 사업체 빚으로 인해 1999년에 명예퇴직을 하게 됐고, 미상환 채무로 인한 신용불량의 굴레로 동종업계 재취업도 어렵게 돼 한창 자라는 두 아들과 생계를 위해 호떡장사, 화장품 외판원, 건강식품 판매, 정수기 판매 등등 여러 생업들을 거쳐야 했습니다.

그렇게 자녀들이 성장하고 결혼으로 제 갈 길을 찾아가는 동안 가족력으로 인한 당뇨로 건강은 점차 나빠지고 경력은 단절된 나이 든 제가 찾을 수 있는 직장도 없어 고민하던 차에 전남대병원에서 청소일을 하고 있던 지인을 통해 2015년 6월 전남대병원 청소용역 도급사인 ㄷ시스템에 입사했습니다.

2015년 1월1일자로 기존 업체를 제치고 낙찰받은 40대 중반의 현장관리소장은 미화여사님들을 자택까지 초대하는 등 호의적인 행동을 하며 좋은 이미지를 쌓았습니다. 그러나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기존 인력을 줄이고, 그 업무를 남은 인원에게 떠넘기고, 개별면담을 통해 노조를 탈퇴하라고 강요했습니다. 각종 명목의 비용을 지급하지 않고 임시로 쓰는 인력에게는 최저임금과 식대도 주지 않는 등 도급사들의 고질적인 수법인 인건비 빼돌리기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근로계약서 작성 직후 제게도 노조에 가입하지 말 것과 가입시 불이익이 있을 거라는 개별면담이 있었습니다. 저는 과거 직장근무 시절 노조 창립과 대의원 활동 등의 경험이 있었고 회사의 행위가 힘도 없고 백도 없고 나이 많은 미화여사님들에 대한 횡포라 생각돼 그분들의 입장을 제대로 전달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 노조에 가입하게 됐습니다.

병원업무 특성상 일찍 출근해서 일을 합니다만 시간외근무 인정은커녕 월급은 원청과의 도급계약상 인건비에도 턱없이 모자라는 최저임금 수준이었습니다. 인력은 줄고 병원의 증·개축으로 청소면적은 늘어나는데 부당함을 말하며 인력충원을 요구해도 무시하고 일을 시키는 도급사와 몇 개월이 지나고 해를 넘겨도 관리·감독은 물론 도급비 환수조치를 하지 않는 병원 때문에 조합원들은 점점 시달리고 멍들어 갔습니다.

출퇴근하다가, 또는 업무 중에 다쳐도 산재처리를 거부하고 치료비를 전혀 주지 않았고 도급계약서상 책정된 경조사비가 있는데도 부모사망이나 자녀결혼시 조의금이나 축의금은 물론 위로나 축하인사조차 없더군요. 기본적으로 지급하기로 했던 근무화는 받아본 적도 없습니다.

거기에 더해 실업급여 수령기간 중인 사람을 임시로 채용한 후 타인 명의로 임금을 수령하게 하고 그 임금의 상당한 금액을 갈취하는 파렴치한 행위를 했다가 고용노동부에 고발을 당해 십수 명의 임시고용 인력이 실업급여를 개별 환수당하는 사건까지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노동탄압·인권탄압은 점점 더 그 강도가 높아졌습니다. 최근 1년간 갖가지 사유를 붙여 휴일·공휴일에 배정되는 특근업무를 조합원만 배제해서 비조합원과의 임금격차를 40만~80만원씩 차이가 나게 불이익을 주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총무과 직원들이 근무 중인 조합원에게 폭언과 삿대질을 하면서 경위서를 작성하라고 압박하고 이후 계속해서 출퇴근시간·중식시간 체크, 업무압박 등의 행위를 하고 있습니다. 정권교체 이후 비정규직 제로화를 말한 대통령님을 믿고 이제나 저제나 하며 기다린 지도 2년이 돼 가고 있습니다.

날마다 더해지는 인권 침해, 노동권 침해로 저희들은 시들어 가고 있습니다. 환자와 보호자가 드나들고 24시간 가동되는 병원의 특성상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각종 오물과 분변 처리, 청결 유지를 위해 청소를 담당하는 저희에게도 꿈과 희망을 주세요.

정규직 전환만이 인권과 노동권 사각지대에서 저희들이 온몸으로 겪고 있는 고통을 멈추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하루 업무량만으로도 늙어 가는 몸이 감당하기 어려운데 이렇게 병들고 지친 가슴과 흐르는 눈물을 어서 위로하고 닦아 주세요.

김종숙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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