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의 하위법령을 입법예고했다. 노동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 밑바닥에서 일하며 사망사고를 가장 많이 당하는 건설현장 노동자들도 그렇다. 건설노동자들이 왜 문제를 제기하는지 3회에 걸쳐 이유를 설명한다.<편집자>
 

▲ 이승현 건설노조 노동안전국장

고용노동부가 지난 22일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건설현장의 많은 노동자들은 산업안전보건법이 통과될 때 원청 책임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노동부가 강조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했기에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을 통해 구체화될 것을 바랐다. 하지만 노동부가 발표한 하위법령은 건설현장 사망사고와 중대재해 축소를 바라는 건설노동자들의 바람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2016년 499명, 2017년 506명, 2018년 485명이 건설현장에서 사망했다. 건설현장 사망자는 전체 산업 사망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한 산업에서 매년 500명 가까운 노동자가 사망한다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건설현장의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계획과 목표가 있어야 한다. 요즘 건설현장은 고층화·대형화와 맞물려 건설기계 장비 사용이 크게 느는 추세다. 건설기계 장비에 의한 사망사고 증가도 뒤따르고 있다. 건설기계에 의한 사망사고는 전체 건설업 사망사고의 21%를 차지하고 있다.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사고가 특히 많이 발생하는 5대 건설기계(트럭·지게차·굴착기·고소작업대·크레인)의 경우 지난 10년간 사망사고가 83%나 증가했다.

늘어나는 건설기계 사망사고

건설기계는 중대형 장비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조종사뿐만 아니라 주변 노동자들까지 위험에 처하게 된다. 더욱이 대형 장비가 전도되거나, 고층에서 건설기계 장비를 이용해 작업 중 추락하는 경우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로 이어질 확률이 훨씬 높다.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구체적 사망사고 사례는 △작업대(탑승함)에서 추락 △자재 양중ㆍ운반시 물체에 맞음 △후진 중 후방근로자 충돌ㆍ끼임 등이 있다. 노동부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사고가 가장 많은 5대 건설기계 장비를 중심으로 안전수칙 지키기 운동, 사전 위험성평가 실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FM-2050’ 운동을 하고 있다. 노동부는 이를 통해 2020년까지 건설기계에 의한 사망사고를 절반으로 축소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달 26일 개최된 ‘건설업 안전보건 임원회의’에서도 건설기계 사고로 인한 재해 감소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의 신속성과 효율성을 높여 주고 작업자가 보다 편하게 작업을 할 수 있게 보조한다는 점에서 건설기계 장비는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장비 사용에서 기인한 안전사고 위험도가 높다는 점에서 사전에 사고예방을 위한 안전관리와 사고가 났을 경우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동안 건설기계 장비는 ‘원청-(도급)-하청-(임대)-건설기계’ 고용형태로 현장에서 예방관리 책임과 처벌 대상이 불분명했다. 장비의 계약형태가 임대라는 점 때문에 원청 책임과 관련된 법적 해석 또한 논란이 있다. 실제로 2017년 연이어 발생한 타워크레인 사망사고 관련해 노동부는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으로는 원청 처벌이 불가하다는 검찰의 논리를 앞세워 많은 비판을 받았다.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에 이런 내용들이 포함되면서 해결 단초를 마련했다.

전부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76조는 건설공사도급인(원청)에게 "자신의 사업장에서 타워크레인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계ㆍ기구 또는 설비 등이 설치돼 있거나 작동하고 있는 경우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건설기계의 계약형태가 아닌 위험성을 기준으로 건설공사 도급인(원청)에게 건설기계에 대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문제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67조에서 해당 기계·기구를 타워크레인, 건설용 리프트, 항타기, 항발기로 협소하게 제한했다는 것이다. 이는 설치·해체가 필요한 기계·기구에만 원청 책임을 부여한 것이다. ‘작동하고 있는’ 건설기계에도 안전보건조치를 규정하고 있는 해당 법조항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내용이다. 중요한 것은 실제 대부분 건설기계에 의한 사망사고가 덤프·굴착기·크레인·지게차 등 ‘작동하고 있는’ 건설기계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노동부 역시 같은 진단을 하고 5대 건설기계를 중심으로 건설기계 사망사고 예방활동을 전개한 것 아니었나.

모든 건설기계에 원청 안전보건 책임을

안전은 권리다. 안전할 권리에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 건설현장의 유일하고 실질적인 안전보건조치 실행자인 원청의 안전보건 예방조치에서 건설기계 사고가 배제될 이유가 없다. 증가하는 건설기계 장비 사고를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건설기계 사고에 대한 원청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다. 합리적인 계도와 처벌이 이뤄진다면 원청은 지금보다 건설기계 안전사고에 대한 더욱 관심을 가질 것이다. 이를 통해 건설업 사망사고의 핵심인 건설기계 사망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정부의 국정과제인 산재 사망자 절반 감소를 위해서도 건설기계 27개 기종 모두 원청의 안전보건조치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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