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지난해 12월 심상정 정의당 전 대표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단식으로 여야 5당 원내대표 합의를 이끌어 냈음에도 온갖 정쟁에 밀려 4개월간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던 선거제 개혁이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합의안 도출과 추인으로 선거제 개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추진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여야 4당은 25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위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열어 선거제 개혁과 공수처 설치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상정한다. 바른미래당은 패스트트랙 반대 입장을 밝힌 사개특위 간사인 오신환 의원 사보임을 결정하며 패스트트랙 추진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오신환 의원 사보임을 불허하라”고 요구하며 한때 문희상 국회의장실을 점거했다.

심상정 위원장 “패스트트랙 지정 절차 충실히 이행”

국회 정개특위 위원장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24일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 추진에 합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심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개특위는 첫 출발점인 선거제 개혁을 반드시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고 여야 4당의 입장을 최대한 조율해 개혁안을 만들었다”며 “오늘 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주요한 정치사적·시대사적 함의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개정안은 국회의원 정수를 지역구 225석·비례대표 75석을 합해 300석으로 고정하되 초과의석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국 단위 정당득표율로 연동률 50%를 적용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구현했다. 현행 지역구 의석을 28석 줄여 비례대표 의석을 늘린 것이다.

개정안에는 지역주의 해소를 위해 비례대표 명부를 권역별로 작성하고, 정당별 열세지역에서 근소한 차이로 낙선한 지역구 후보자를 비례대표의원으로 선출하는 석패율제 도입도 담겼다. 비례대표 추천절차를 법정화하고 현재 19세인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춰 청년의 참정권도 확대한다.

심상정 위원장은 “국민과 국회가 부여한 정개특위 위원장으로서 정치개혁의 사명감과 책임을 다하기 위해 패스트트랙 지정 절차를 충실히 이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선거제 개혁·공수처 설치 법안 패스트트랙에 합의한 여야 4당은 23일 의원총회를 열고 합의안을 추인했다. 여야 4당은 25일 국회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전체회의를 열어 선거제 개혁과 공수처 설치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상정한다.

오신환 의원 사보임 두고 자유한국당 반발

바른미래당은 이날 사개특위 간사인 오신환 의원을 채이배 의원으로 교체하기로 결정하고 패스트트랙 통과 의지를 밝혔다. 오 의원은 공수처 설치에 반대하며 패스트트랙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당을 대표해서 나간 사개특위 위원은 당의 입장을 의결에 반영하는 게 당연한 책무”라며 “소신에 따라 반대하겠다는 말은 당에 ‘나를 바꿔 달라’는 요청”이라고 말했다. 사개특위 위원은 18명으로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11명)이 동의해야 패스트트랙 추진이 가능하다.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소속 여야 4당 의원은 총원 18명 가운데 각각 12명·11명이다. 오 의원이 반대표를 던질 경우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안의 패스트트랙은 무산되고, 선거제 개혁도 좌초될 수 있다. 손 대표는 “원내대표가 4당 합의문을 어렵게 만들고 의총에서 아주 어려운 과정을 통해 추인받았는데 헌신짝처럼 내버릴 순 없다”고 말했다.

국회법 48조에 따르면 상임위원은 교섭단체 소속 의원수 비율에 따라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의 요청으로 의장이 선임하거나 개선할 수 있다. 오신환 의원은 이날 ‘사개특위의 사보임에 응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는 내용의 공문을 국회의장실과 국회 의사과에 접수했다.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추진에 반발하며 국회 농성을 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은 문희상 국회의장을 찾아 “오신환 의원에 대한 사보임을 허가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사보임을 허가하면 결국 연동형 비례제와 공수처 설치법을 패스트트랙의 길로 가게 하는 것”이라며 “이는 의장이 대한민국의 헌법을 무너뜨리는 장본인이 되는 것”이라고 항의했다. 이에 문 의장은 “겁박해서 될 일이 아니다”며 “국회 관행을 검토해 결정하겠다”고 맞섰다.

고성과 몸싸움이 오가는 과정에서 문 의장이 임이자 의원의 얼굴을 감쌌다가 성추행 논란이 일기도 했다. 문 의장은 저혈당 쇼크증세로 병원에 후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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