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고용노동부와 울산시가 23일 '울산 조선산업 사내협력사 채용박람회'를 열자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반발했다. 현대중공업의 기성금 깎기로 지난해부터 임금이 체불된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임금체불 사태는 해결하지 않고, 임금체불 사업장에 구인·구직을 연계하는 게 제정신이냐"고 비난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와 현대중공업 사내협력업체 소속 노동자 40여명은 이날 오후 채용박람회가 열리는 울산 동구청 2층에서 열린 박람회장 입구에 누워 "하청 체불임금부터 해결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채용박람회는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사내협력사 각각 17곳, 8곳이 참여해 취부·용접·도장·족장·전기 등 300여명을 채용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최근 현대중공업과 미포조선 등 울산지역 조선소 사내협력업체들은 인력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선박수주 증가로 일감이 늘었지만 3~4년간 혹독하게 이뤄진 구조조정으로 상당수 숙련공들이 현장을 떠났기 때문이다. 인력난이 심화하자 울산시는 노동부와 함께 채용박람회를 계획했는데, 정작 조선소에서 일하면서도 임금 대부분을 받지 못해 불만이 쌓인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지난해부터 현대중공업의 일방적인 기성금 삭감이 이어지면서 건조부와 도장부 소속 18개 업체 하청노동자 2천여명이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기성금이 깎여 임금을 주지 못하는 하청업체와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한 노동자들이 작업을 거부하자 현대중공업은 하청업체 두 곳(예림이엔지·하양)에 '공사기본도급계약상 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이날 시위에 나선 대다수 노동자들은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업체 노동자들로 알려졌다.

이들은 "체불과 폐업으로 고통받는 상황에서 채용박람회를 여는 것은 하청노동자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무책임의 극치"라며 "정부 기관은 임금체불부터 해결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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