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예슬 기자

"(CJ헬로 고객센터) 대표가 말하던 선순환 구조가 있어요. 돈 많이 받는 장기근속자가 나가고 신입직원이 빈자리를 채우는 겁니다. 대표는 선순환 구조를 이야기하며 팀장들에게 알아서 좀 나가라고 우회적으로 말했어요."

이승환(41·사진) 희망연대노조 CJ헬로 고객센터지부장이 노조를 만들게 된 배경을 고백했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9일 서울시 양천구에서 이승환 지부장을 만났다. 이 지부장은 "권고사직 다음 순번이 너일까, 나일까 하고 동료와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 고용불안이 심한 상황에 다다랐을 때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지부는 올해 2월19일 출범해 CJ헬로 고객센터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근로기준법 위반행위·불법도급·부당노동행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인수합병 상황도 눈앞에 다가왔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월 CJ헬로 인수 결정을 발표했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받고 있다. 지부는 원청 CJ헬로와 인수기업 LG유플러스에 고객센터 노동자 노동조건 개선과 고용보장을 촉구했다.

"노조 만든 뒤 변화 체감한다"

- 한국 사회에서 노조를 만들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어려움이 있지 않았나.
"쉽지만은 않았다. 노조를 조직하겠다고 결정하기 전에 노조와 관련한 내용을 많이 알아봤다. 노조의 투쟁이 항상 성공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투쟁한다는 것에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다. 다른 사람은 불만이 없는데 나 혼자만 유별난 건가 싶기도 하고 주변의 시선도 두려웠다. 하지만 다행히 제가 몸담고 있는 고객센터에서 소수를 제외하고 대부분 동료들이 노조에 가입하겠다고 나서 줬다."

- 노조활동 뒤 무엇이 달라졌나.
"매일 하던 회의가 사라졌고 출근 시간이 오전 9시로 바뀌었다. 원래 근로계약서상 업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지만 매일 오전 8시10분에 출근해야 했다. 8시30분에 하는 회의 때문이다. 도급기사들의 연차수당도 받아 냈다. 회사는 설치·철거기사를 사실상 도급제로 운영하지만 기본급을 책정하고 4대 보험을 가입한 근로자로 포장했다. 이들은 연차를 사용할 수도, 연차수당을 받을 수도 없었다. 하지만 노조 요구로 이들의 미지급된 연차수당을 소급해 받아 냈다. 야간당직을 설 때 식비 6천원을 받게 된 것도 성과다."

- 어떻게 요구를 관철했나.
"노조가 만들어진 뒤 첫 선전전을 하기 전날이었다. 소식을 들었는지 고객센터 대표가 (지부장이 포함된) AS팀만 불러 따로 간담회를 열었다. 회사에 바라는 것들을 적어 내라고 해서 조합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11가지 요구사항을 작성했다. 1주일 정도 뒤 대표는 노조 요구사항 중 세 가지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고 알렸다."

"15년 동안 나쁜 근무환경·급여수준 그대로"

- 케이블 설치·철거·수리기사의 현장 업무가 쉽지 않다고 들었다.
"이 일을 한 지 15년이 지났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기사들의 작업환경에는 변화가 없다. 눈이 내려 아파트 지붕에 올라가 수리하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고객이 요구하면 목숨을 걸고 일해야 한다. 눈 오는 날 지붕에 올라 작업하다 미끄러져 추락사고를 당할 뻔한 적도 있다. 급여도 제자리걸음이다. 처음 일할 때 연봉 2천500만원에 식대·통신비 등 수당을 받았다. 케이블업계 경력이 15년이지만 여전히 연봉은 2천700만원가량에 불과하다."

- CJ헬로와 LG유플러스 인수합병이 마무리단계다. 지금 상황을 어떻게 보나.
"당장 일부 고객센터에서 일어나고 있는 부당노동행위와 부당한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데 주력하고 CJ헬로와 LG유플러스에 대화를 요구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LG유플러스로 인수합병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합병되고 나서가 문제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자회사 격으로 가져갈 것인지 완전 합병을 할 것인지 등 LG유플러스의 정책 방향이 뚜렷해지면 고용승계 문제와 근로조건 문제가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인수합병이 이뤄진다면 같은 회사 직원 간 차등대우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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