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콜텍지회가 22일 오후 회사와 잠정합의안에 서명한 뒤 임재춘 조합원이 서울 강서구 농성장에서 미음을 먹고 있다. 단식 42일, 정리해고 투쟁 4천464일 만이다. <정기훈 기자>
국내 최장기 투쟁사업장인 콜텍 노사가 정리해고 13년 만에 해고자 복직에 합의했다. 복직투쟁 4천464일, 임재춘씨 단식 42일 만이다.

노사는 22일 오후 서울 강서구 한국가스공사 서울지역본부 회의실에서 교섭시작 6시간30분 만에 △회사의 정리해고 유감 표명 △명예복직 △해고기간 보상을 담은 잠정합의서와 부속합의서를 도출했다.

회사는 잠정합의서에 따라 회사는 2007년 정리해고로 인해 해고자들이 힘들었던 시간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기로 했다. 해고자 김경봉·임재춘 ·이인근씨는 다음달 2일자로 복직한 뒤 같은달 30일 퇴직한다. 다만 소급해서 근로관계를 부활시키거나 해고기간 임금은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해고기간은 경력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회사는 국내 공장을 재가동하게 되면 희망자에 한해 우선 채용하고, 해고자 25명에 대한 합의금은 부속합의서에 따라 지급하기로 했다. 해고자 3인의 복직기간 임금과 해고자 25명의 해고기간 위로금 내역을 담은 부속합의서는 이날 공개되지 않았다.

노사는 서로에게 제기한 민사·형사·행정 소송을 취하한다. 금속노조는 회사 상대 집회·농성을 중단하고, 시설물과 현수막을 철거한다. 합의내용을 위반하면 위반 당사자가 책임을 진다.

이날 잠정합의에 따라 23일 오전 같은 장소에서 조인식이 열린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과 박영호 콜텍 사장이 참석한다.

이인근 노조 콜텍지회장은 "만족스러운 합의는 아니지만 13년 길거리 생활을 마감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환영한다"며 "한국 사회에서 정리해고로 인해 더 이상 고통받는 노동자들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김경봉씨는 "힘들었지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42일째 단식 중이던 임재춘씨는 잠정합의서가 도출된 직후 단식을 풀었다. 23일 조인식을 마치면 병원에 입원한다.

콜트악기·콜텍 두 곳의 회사를 소유하고 있던 박영호 사장은 2007년 4월 인천 콜트악기 노동자 56명, 같은해 7월 대전 콜텍 67명 전원을 정리해고한 뒤 긴박한 경영상 이유를 앞세워 한국공장을 폐쇄했다. 중국과 인도네시아에 지은 공장으로 모든 일감을 넘긴 뒤였다. 세계시장 30%를 점유하고 연간 100억원 이상 흑자를 내던 회사였다.

노동자들은 "위장폐업"이라고 반발했다. 서울고등법원은 2009년 "회사 경영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봤을 때 정리해고 당시 경영상 큰 어려움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부당해고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2년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미래에 올 경영상의 위기만으로도 정리해고가 정당하다는 이유였다.

지난해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는 대법원과 박근혜 정권의 재판거래 의혹 사건 중 하나로 콜텍 재판이 포함돼 있다.

콜텍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콜텍의 13년 투쟁은 사람을 함부로 해고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처절한 저항"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당 정부 시절에 만든 정리해고제를 폐지하고,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콜텍 노사가 합의하면서 콜트악기 해고자 복직문제도 실마리를 찾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방종운 노조 콜트악기지회장은 지난해 7월2일부터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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