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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질병 인정률 상승과 후속 과제김정수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김정수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지난 2월 근로복지공단 산재보상국 업무상질병부에서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2018년도 심의현황 분석' 자료를 내놓았다. 업무상질병을 질병별·지역별·규모별·업종별로 구분해 판정건수·인정건수·인정률 등을 이전과 비교한 자료다.

지난해 전체적인 인정률은 63.0%로 2017년 52.9%에 비해 10.1%포인트 증가했다. 뇌심혈관질병이 32.6%에서 41.3%로, 근골격계질병이 61.5%에서 70.0%로, 기타질병은 48.0%에서 66.2%로 각각 8.7%포인트, 8.5%포인트, 18.2%포인트 증가했다. 기타질병 인정률이 크게 상승한 것은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인정률이 2017년 44.2%에서 지난해 91.1%로 급등했기 때문인데, 이는 2017년 4월 업무상질병판정위 운영규정 개정으로 진단기준 미달 건이 심의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과거에는 심의에 올라와서 불승인됐던 진단기준 미달 건들은 현재는 심의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 COPD를 제외한 직업성암·정신질병 등 주요 기타질병 또한 각각 10.1%포인트, 17.6%포인트 증가했다.

업무상질병 인정률이 상승한 것은 지난해 초반부터 이미 감지됐다. 추정의 원칙 적용을 강화한 것, 뇌심혈관계질병 만성과로 인정기준을 개선한 것이 주요한 요인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업무상질병 인정률은 이미 그전부터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전체 인정률이 2016년 44.1%에서 2017년 52.9%, 2018년 63.0%로 2년 사이에 20%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이는 지금까지 노동자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업무상질병 인정 과정상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방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요구한 것을 2017년부터 행정당국이 비교적 전향적인 태도로 수용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정권이 바뀐 시기와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 우연은 아닐 것이다.

이렇듯 업무상질병 인정률이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증가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아직 여전히 아쉬운 부분들이 있다. 우선 인정률의 지역별 편차가 여전히 크다. 2018년 광주질병판정위의 전체 인정률이 69.9%인데 비해 경인질병판정위는 54.2%로 15%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다. 2015~2016년 지역별로 2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던 것에 비하며 그나마 나아졌지만 그 차이가 여전히 크다. 인정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어떤 질병인지다. 뇌심혈관계질병 인정률과 근골격계질병 인정률은 30%포인트 가까운 차이가 난다. 지역별 질병 구성비를 보면 특수질병에 대한 통합심의를 담당하는 서울질병판정위의 기타질병 비중이 38.9%로 타 지역에 비해 높은 것을 제외하면 다른 지역은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인정률의 지역별 편차가 이렇게 크다는 것은 각 지역별로 업무상질병에 서로 다른 판단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즉 동일한 사례가 어느 지역에서는 인정되고 다른 지역에서는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업무상질병에 대해 엄격한 판단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고 판정위원에 따라서 판단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15%포인트는 분명 작은 차이가 아니다. 인정률의 지역별 편차를 줄여야 한다.

사업장 규모에 따른 인정률 차이도 확인할 수 있다. 5인 미만 사업장 인정률이 57.7%인 데 비해 500인 이상 사업장은 70.8%로 13%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다. 사업장 규모가 커질수록 인정률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질병별로 구분해 보면 근골격계질병은 규모가 커질수록 인정률이 증가하는 양상이 더욱 뚜렷하다(10인 미만 61.8%, 500인 이상 75.6%). 근골격계질병 인정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근속기간이다. 사업장 규모가 클수록 근골격계질병 인정률이 높은 것이 사실은 사업장 규모가 커질수록 근속기간이 긴 노동자들이 많아져서 그럴 수 있다. 보다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이 실제로 업무상질병 판정 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그렇다면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심의회의 횟수와 심의건수를 보면 회의 횟수는 723회에서 1천58회로 335회(46.3%) 증가했고 심의건수는 9천631건에서 1만1천131건으로 1천500건(15.6%) 증가했다. 이에 따라 회당 심의건수는 13.3건에서 10.5건으로 2.8건 감소했다. 심의회의 내실화를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심의결정 소요기간이 22.3일에서 29.4일로 7.1일 증가한 것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여기서 심의결정 소요기간은 질병판정위에 심의가 접수된 날부터 판정서 결재가 완료된 날까지 기간이므로 실제 신청부터 결정 통보를 받기까지의 기간은 이보다 훨씬 길어 보통 몇 달이 걸린다. 이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것이 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 중 하나다.<본지 2019년 2월21일자 16면 ‘산재 승인, 지금보다 빨라져야 한다’ 참조>

업무상질병 인정률이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증가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적어도 현행 제도를 잘 안착시켜 역행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이 또한 잘 보완해 산재보험이 진정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정수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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