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과정은 들여다보면 볼수록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공개입찰이 아닌 현대중공업을 꼭 집어 수의계약 방식으로 계약이 체결된 데다 KDB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판 대가로 현금 대신 주식을 받는 형식이다 보니 '헐값매각' '재벌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산업은행의 관심은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려 공적자금을 회수하려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빨리 털어 버릴까'에 방점이 찍힌 것처럼 보인다. '재벌특혜 대우조선 매각 저지 전국대책위원회'가 17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업무상 배임혐의로 고소·고발하고 엄중하게 처벌하라고 촉구한 배경이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도 산업은행을 향해 공세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신상기(48·사진) 대우조선지회장은 "지회 차원에서도 법적대응을 할 계획"이라며 "헐값매각, 재벌특혜, 조선산업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결정을 한 이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 뒤 <매일노동뉴스>를 만난 신 지회장은 노정교섭도 재차 요구했다. "지금이라도 잘못 꿴 현대중공업으로의 매각을 철회하고 노동자와 정부, 전문가가 함께 새로운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조선산업 생태계를 살리는 논의를 시작하자"는 제안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국민감사 청구하겠다"

- 지회 차원의 법적 대응 계획을 밝혔는데.
"우선 이달 내 감사원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 대한 국민감사를 청구할 생각이다. 누구보다 공정해야 할 김상조 위원장이 유럽연합의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간 기업결합 심사 방향을 살피고 설득하고 왔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배임혐의는 지회 차원에서 추가로 고소·고발할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현대중공업에 매각하는 안건을 의결한 산업은행 이사회 결정무효 소송도 진행할 거다. 대우조선해양과 산업은행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결정에 대해 어떤 근거와 판단으로 의결했는지 책임을 물으려 한다."

- 최근 금속노조가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 매각을 철회하면 새로운 방안을 열어놓고 논의하겠다고 했다. 지회가 생각하는 대안은 무엇인가.
"솔직히 이게 답이다 하고 말하지 못하겠다. 조합원들에게 '대우조선해양은 이렇게 매각돼야 한다' 일방적으로 얘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일단 현대중공업으로의 매각을 철회시키고 나서 조합원들과 논의해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게 옳은지 얘기하고 공감대를 이끌어 내겠다고 했다."

"대우조선 매각과 조선산업 살리기 함께 논의하자"

- 일각에서는 노조가 대안 없이 투쟁만 한다고 주장한다.
"대안 프레임에 갇혀 버리면 또 다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그게 고민 지점이다. 사실 처음에는 공기업화를 요구했다. 물론 지금처럼 산업은행이 지배하는 형태의 공기업화를 요구하는 건 아니었다. 공기업화 중에서는 (경남)도 공기업으로 할 수도 있고, 민간을 제외한 공기업 컨소시엄 매각처럼 다양한 논의를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공기업화에 대해 부정적 의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당장 공기업화하자고 하면 현장에선 '지금까지 산업은행 지배·관리하에 있으면서 당해 왔는데 계속 산업은행 밑에 있자는 거냐'는 질문도 나온다. 경남도 공기업화 대해서는 대우조선해양 매출이 10조원인데, 10조원이 넘는 구조를 과연 경남도가 감당할 수 있냐, 또다시 부실에 빠졌을 때 공적자금을 또 들여와야 하는데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다. 현장이나 연대단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그래서 지금은 '이게 대안이다'는 걸 정하지 않고, 이번 매각이 가진 명백한 문제점들을 알려 내고 바로잡으려고 하는 것이다."

- 노정교섭을 요구하고 있는데.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조선산업 생태계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논의하자는 것이다. 전문가와 관련기관, 정부, 노동자들이 모여 논의해 보면 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이동걸 회장과는 할 얘기가 없다. 이번 매각이 잘못됐으니 철회하겠다고 하면 진지하게 대화할 생각은 있다. 이동걸 회장이 책임자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 또한 시켜서 하는 일 아니겠나. 정말 조선산업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책임자가 나와 당사자들과 논의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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