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
제주도가 국내 첫 영리병원인 제주 녹지국제병원 개원허가를 취소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17일 오전 제주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녹지국제병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 전 청문’의 청문조서와 청문주재자 의견서를 검토한 결과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조건부 개설허가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건부 허가 뒤 병원을 개원하지 않은 것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의료법에 따르면 개설허가를 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를 시작하지 않으면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제주도는 지난해 12월5일 내국인 진료금지 조건으로 영리병원 개설허가를 내줬다. 녹지국제병원은 개원 시한(지난달 4일)을 지키지 않았고 제주도는 개원허가 취소 수순에 들어갔다. 청문은 지난달 26일 이뤄졌으며, 청문주재자는 최종 의견서를 이달 12일 제주도에 제출했다.

제주도 “녹지측 협의 거부하다 기한 임박해 연장 요청”

청문주재자는 15개월의 허가 지연과 조건부 허가 불복 소송 제기 등의 사유가 3개월 내 개원 준비를 하지 못할 만큼 중대한 사유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내국인 진료가 사업계획상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음에도 이를 이유로 개원하지 않았으며, 의료인 이탈 사유에 대한 충분한 소명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애초 녹지그룹측은 병원 개설허가에 필요한 인력을 모두 채용했다고 밝혔지만, 청문 과정에서 의료진 채용을 증빙할 자료도 제출하지 못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원희룡 도지사는 “제주도는 지난해 12월5일 조건부 개설허가 이후 개원에 필요한 사항이 있다면 협의하자고 녹지측에 수차례 제안했다”며 “녹지측은 제안을 거부하다가 기한이 임박해서야 개원 시한 연장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질적인 개원 준비 노력이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연장 요청은 모순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초 녹지국제병원은 개원에 필요한 의료진을 모두 채용했다고 밝혔지만 청문 과정에서 의료진 채용이나 결원에 대한 신규채용 노력을 증빙할 만한 자료를 요청했을 때는 제대로 제출하지 못했다”며 “녹지측은 애초 외국인을 주된 고객으로 하겠다고 사업계획을 제시했기 때문에 내국인 진료 여부는 개원에 있어서 본질적이거나 중요한 부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노동계 “빗장 연 원희룡 도지사 책임져야”

노동계는 허가 취소에 대해 “당연한 조치”라며 “영리병원 개설허가를 내준 원희룡 도지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애초 제주도민의 공론화조사 결과를 수용해 개설을 불허하고 취소했으면 간단했을 문제가 상당히 에돌아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며 “그사이 갈등이 증폭됐고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 또한 만만치 않은 만큼 원희룡 도지사는 그간의 과오를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반성과 함께 사회적 혼란을 야기한 정치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의당은 “빗장을 열어 준 원희룡 도지사에게 무거운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민의를 무시해 발생한 혼란 등을 비춰 볼 때 알량한 사과 한마디로 끝날 일이 아니며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중당은 “애초 원희룡 도지사의 독단적 결정이 문제였는데 그 과정과 결과에 어떤 책임도 찾아볼 수 없다”며 “원 도지사가 응분의 책임을 지길 바란다”도 논평했다.

녹지국제병원을 공공병원으로 전환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보건의료노조는 “공공병원 전환을 위해 진정성 있는 태도로 도·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녹지그룹·정부 간 협의를 추진해야 한다”며 “그것이 원 도지사가 이 사태에 정치적 책임을 다하는 길이며 도민들에게 진정으로 사죄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제주 영리병원 문제는 허가취소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제주 영리병원을 공공병원으로 전환하기 위한 토론과 운동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한국노총 제주도지역본부는 이날 “제주도는 녹지측이 제기할 사후 소송 등 법률적 문제에도 적극 대처해 나가야 한다”며 “제주도가 합리적 정상화 방안을 찾아 나가야 한다”고 입장문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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