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경호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참터 구미지사)

대상판결 : 대법원 2019. 3. 14. 선고 2015두46321 시간강사료반환처분등무효확인

1. 사건개요

원고는 한 국립대 시간강사로서 2014년 2월 학교와 시간강사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강사료는 전업 시간강사의 경우 시간당 8만원, 비전업 시간강사의 경우 시간당 3만원을 지급하기로 하고 2014학년도 1학기부터 강의를 담당했다.

학교는 원고에게 전업 시간강사료 기준으로 2014년 3월분 강사료를 지급했다가 2014년 4월 국민연금공단에서 원고가 부동산임대사업자로서 국민건강보험 지역사업자로 등록돼 있어 별도의 수입이 있는 자로 확인되자, 원고를 비전업 시간강사로 분류해 이미 지급한 2014년 3월분 강사료 중 비전업 시간강사료와의 차액(시간당 5만원)을 반환하라는 통보를 했다. 2014년 4월분 강사료부터는 비전업 시간강사료 기준으로 지급했다.

이에 원고는 학교의 차액반환 및 감액지급이 부당하다는 취지로 이 사건 소를 제기했고, 이에 대해 1심과 2심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으나, 대상판결인 대법원은 시간강사를 전업과 비전업으로 구분해 강사료를 차등지급하는 것은 부당한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2.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근로기준법 6조(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해 성별·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에서 정하고 있는 균등대우 원칙이나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8조(사업주는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가치노동에 대해서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에서 정하고 있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은 헌법 11조1항의 평등 원칙을 근로관계에서 실질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면서 “피고로서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 사회적 신분이나 성별에 따른 임금 차별을 해서는 아니 됨은 물론 그 밖에 근로계약상 근로 내용과는 무관한 다른 사정을 이유로 근로자에 대하여 불합리한 차별 대우를 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위와 같은 법리에 기초해 대상판결은 원심판결이 ‘부당한 차별적 처우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근거’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즉 ① 근로계약서상의 전업·비전업 기준이 분명하지 않고, 나아가 이를 어떻게 이해하더라도 근로제공에 대한 대가로서 기본급 성격의 임금인 강사료를 근로의 내용과 무관한 사정에 따라 차등을 두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판단했고 ② 시간강사에 대한 열악한 처우를 개선할 의도로 강사료 단가를 인상하고자 했으나 예산 사정으로 부득이 전업 여부에 따라 강사료 단가에 차등을 둔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용자측 재정 상황은 시간강사의 근로 내용과는 무관한 것으로 동일한 가치의 노동을 차별적으로 처우하는 데 대한 합리적인 이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고 ③ 원고에게 임대수입이 있다고 해서 시간강사 직업에 전념해 일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고 ④ 이 사건 근로계약은 근로기준법 6조에서 정하고 있는 균등대우 원칙 및 남녀고용평등법 8조에서 정하고 있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등에 위배되므로 근로자에게 불리한 부분은 무효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3. 대상판결의 의의

가. 차별금지사유의 확대 적용
우리 헌법 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선언하면서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이념을 구현하고자 노동법은 고용 및 근로관계에 있어서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는 규정을 각각의 개별법에서 여러 형태로 정하고 있고, 그 적용대상(차별금지사유)도 점차 확대해 가고 있다(1987년 성차별 금지, 2006년 비정규직 차별 금지, 2008년 장애 차별금지, 2009년 연령 차별금지 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용 및 근로관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유형의 차별을 모두 입법적으로 규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 공백을 법원의 법리해석에 의해 채워 온 측면이 있다. 현재 무기계약직과 정규직 간 차별에 대해서는 마땅히 적용할 법령이 없는 상태인데 “무기계약직이라는 지위는 근로기준법 6조에서 차별적 대우를 금지하고 있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판단함으로써 무기계약직의 불합리한 차별에 제동을 건 판결(서울고법 2018. 2. 3. 선고 2016나2044835 판결, 서울중앙지법 2018. 6. 14. 선고 2017가합507736 판결)이 대표적이다.

그런 측면에서 대상판결은 현재 비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차별에 대해 적용할 법령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근로의 내용과 무관한 ‘다른 직업이 있는지 여부 또는 다른 수입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시간강사를 전업·비전업으로 구분해 임금을 차등지급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6조 평등대우 원칙 및 남녀고용평등법 8조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함으로써, 그 해석의 한계1)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령의 공백 상태에서 오랫동안 유지돼 오던 학교 내 불합리한 관행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판결이다.

나. 합리적 이유의 한계 제시
대상판결은 학교가 시간강사의 임금체계를 전업·비전업으로 구분한 취지, 즉 시간강사의 열악한 처우의 개선을 위해 시간당 강사료를 인상할 필요성이 있었으나, 예산상 문제로 인해 전업·비전업 강사로 구분하되 전업강사의 강사료 단가를 대폭 인상했다는 학교 주장 및 원심판결의 판단에 대해 사용자의 재정상황은 시간강사의 근로 내용과는 무관한 것이어서 동일가치노동을 차별적으로 처우하는 데 대한 합리적 이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차별의 판단기준은 근로 내용과 관련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사용자의 재정상황은 합리적 이유의 범주에서도 고려될 여지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다. 구조조정 및 임금 하향평준화 가능성
대상판결로 인해 우려되는 점도 없지 않다. 시간강사는 올해 8월1일 시행되는 개정 고등교육법 14조와 14조의2의 각 규정에 의해 고등교육법상 교원인 ‘강사’로 임용되고, 임용기간은 1년 이상으로 의무화된다. 고등교육법 시행을 앞두고 각 학교는 벌써부터 시간강사를 대량 해고하고 있고, 시간강사의 근로조건을 저하시키는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가시화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 대상판결이 대학 시간강사에 대한 구조조정 또는 임금 하향평준화의 도구로 악용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 대법원의 판결취지는 동일가치노동에 대해서는 동일임금이 지급돼야 하고, 근로의 내용과 무관한 사유가 차등지급 근거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시간강사를 교원으로 전환한 고등교육법의 입법취지와 대법원의 판결취지에 맞게 시간강사 처우가 조속히 개선되기를 바란다.
 

<각주>
1) 대상판결은 근로의 내용과 무관한 전업·비전업 여부가 근로기준법 6조의 ‘사회적 신분’에 해당되는지, 아니면 ‘성별·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은 차별금지사유의 예시적 열거에 불과하고 ‘전업·비전업 여부’와 같이 근로의 내용과 무관한 사유는 무엇이든 차별금지사유에 해당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명확히 밝히고 있지는 않다. 남녀고용평등법 8조의 동일노동가치 동일임금 원칙이 남녀 간 성에 의한 차별에 한정되는지, 아니면 일반 원칙의 명시에 불과하므로 동종 간에도 적용되는 원칙이라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분명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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