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정남 기자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이 마지막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1단계는 중앙정부와 공기업 비정규직을, 2단계는 지자체 출연기관이나 공기업 자회사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했다. 민간위탁기관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한 3단계는 각 기관별로 대책을 마련하기로 방향을 정했다.

노동계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낸다. 국립공원공단 현장지원직 노동자들은 1단계 대책에 따라 기간제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이들이 최근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임금과 처우 등에서 정규직과 차별 당하고 있으니 바로잡아 달라는 취지다. 이원진(50·사진) 공공운수노조 국립공원공단희망지부장은 "무기계약직 전환은 올바른 정규직화가 아니라 또 다른 차별을 조장하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정규직과 유사한 일을 하는데도 무기계약직이라는 신분을 이유로 임금·수당·복지 등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처우개선을 위한 예산증액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정규직·무기계약직 간 노노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지부장에게 무기계약직 전환 이후 현장에서 나타나는 문제점과 인권위에 차별구제 진정을 한 이유를 들었다. 인터뷰는 지난 11일 오후 서울 중구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에서 이뤄졌다.

"정규직 전환하면 차별 사라질 줄 알았다"

- 국립공원공단 무기계약직과 비정규직 현황은.
"공단 노동자는 크게 4개 집단으로 구분된다. 정규직과 기간제였다가 2008년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운영직,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에 따라 지난해 1월 현장지원직으로 편제된 무기계약직, 그리고 기간제 비정규직이 있다. 정규직 1천400여명, 운영직·현장지원직 900여명, 기간제 노동자 500여명이 함께 일한다. 처우는 저마다 다르다. 지부는 지금은 현장지원직이 된 노동자가 주축이 돼 2017년 4월 설립했다. 자연환경해설사·재난구조대·환경미화 노동자다."

- 무기계약직 전환 이후 노동환경은 바뀌었나.
"자연환경해설사를 예로 설명해 보겠다. 탐방객에게 공원을 안내하고 탐방예절을 소개하는 일을 하는데 부가 업무가 많다. 영상콘텐츠를 만들거나, 현장 작업을 나가거나, 재난구조대 복장을 입고 뛰어나가기도 하고, 주차요금을 받기도 한다. 개선을 요구했더니 공단측은 해설업무 60%를 보장하겠다는 입장을 전해 왔다. 기타업무 40%가량은 하라는 거다. 최저임금만큼의 기본급에 교통보조비와 식비를 받는다. 세후 월 170여만원 정도다. 기간제일 때와 같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뒤 복지포인트와 명절상여금으로 연 120여만원이 추가된 것이 처우개선의 전부다."

- 인권위에 차별을 시정해 달라는 진정을 했다.
"공단은 정규직이 받는 대체휴무수당·장기근속수당·학자금보조비·부양가족직무급·학자금보조비·역량개발비를 현장지원직에게 주지 않는다. 정규직도 현장지원직이 하는 시설관리나 해설교육 업무를 한다. 즉 정규직의 수당은 어떤 일(직무)을 하는지와 상관없이 주는 거다. 그런데 우리는 제외하고 있다. 고용형태에 따라 수당을 차별한다. 무기계약직이라는 사회적 신분이 차별의 원인인 셈이다. 신분제와 다를 바 없다."

- 정규직 전환 정책이 나왔을 때 기대를 했을 텐데.
"그날 기억이 선명하다. 2017년 9월11일 공단은 대전에서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 설명회를 했다. 그런데 현장에서 공단이 설명하는 바는 정규직이 아니라 무기계약직이었다. 우리는 정규직과 같은 공간에서 일하고 있고, 정당한 대우를 받아가면서 일하고 싶다. 무기계약직은 우리에게 또 다른 차별에 다름 아니다."

"정부, 양질의 일자리 정책목적 달성했나"

- 실망이 큰 것 같다.
"정부는 양질의 일자리를 공공부문에서 만들어 공공서비스 질을 높이겠다고 했다. 지금 공공부문에서 일어나는 무기계약직 확산이 정부가 생각했던 것인가. 정책목표를 달성했다고 보는지 정부에 되묻고 싶다. 무기계약직 처우는 정규직의 58% 수준이다. 정부는 80%까지 맞추겠다고 하지만 훨씬 못 미치고 있다. 그러면 개선할 계획이라도 있어야 한다. 공단과 환경부는 예산이 없다고 한다. 정규직 전환정책이 예산과 맞물리면 현장에서 정규직·비정규직 간 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다. 주어진 예산을 무기계약직 처우개선에 사용하면 정규직 처우개선에 사용할 예산은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노노 갈등을 정부가 부추기고 있다."

- 앞으로 계획은.
"교섭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사용자가 정부라 투쟁하기도 쉽지 않다. 내부에서 말리는 분위기도 있다. 기관이 시끄러우면 정부가 더 예산을 안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같은 분위기가 전체 공공기관에 팽배하다. 노조간부로서 답답한 실정이다. 인권위에 진정한 것은 현장지원직도 수당을 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만들기 위해서다. 차별로 인정되면 사용자인 환경부와 기획재정부에 차별시정을 요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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