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반도체노조

서울반도체가 악성림프종으로 지난 8일 사망한 고 이가영씨 추모집회를 연 노조에 "회사와 임직원의 명예를 심각히 훼손했다"며 "회사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해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반도체는 근로복지공단이 고 이가영씨의 악성림프종을 산업재해로 인정하자 취소하라는 소송을 냈다가 유족 항의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소송을 취하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14일 금속노련에 따르면 서울반도체는 지난 13일 서울반도체노조(위원장 박정훈)에 이 같은 공문을 보냈다. 서울반도체는 "(노조가) 4월11일 집회에서 고 이가영 사원 사건과 관련해 회사와 임직원의 명예를 심각히 훼손하는 발언과 전단지를 배포했다"며 "본 사건에 대해 회사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고 이가영씨 발인이 있던 지난 11일 오전 경기도 안산 서울반도체 공장 앞에서 추모집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노조는 "반도체 직업병을 인정한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산재취소 소송을 낸 사측의 태도를 용납할 수 없다"며 "책임을 다하기는커녕 피해 노동자와 가족의 고통을 가중하는 기업의 비인간적 행태를 막을 장치가 없다. 언제까지 속수무책으로 눈물만 흘려야 하느냐"고 회사를 비판했다.

박정훈 위원장은 "회사가 지급하는 마스크는 미세먼지조차 거를 수 없는 그저 얼굴만 가리는 수준이고, 배기시스템도 좋지 않아 원인 모를 가스 냄새가 많이 나 대피하는 일이 셀 수 없을 정도"라며 "고작 스물여섯 나이에 직업병으로 세상을 떠난 직원을 추모하는 집회에서 작업환경을 개선하라고 요구했더니 명예훼손이라고 하는 회사를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서울반도체는 지난해 매출액 1조2천억원, 당기순이익 626억원의 세계 5위 발광다이오드(LED) 제조업체다. 고 이가영씨는 스무 살이던 2011년 에스피반도체통신에 취업한 후 2015년 2월부터 서울반도체에서 일했다. 2년여 뒤인 2017년 9월 이씨는 악성림프종 진단을 받고 2018년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를 승인받았다. 그런데 서울반도체가 산재승인처분취소 소송을 올해 1월 제기해 치료비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투병하다 지난 8일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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