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노동자 산업재해 사망을 줄이기 위해 올해부터 시행 중인 원·하청 산재 통합관리제도가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무엇보다 하청업체에 대한 원청업체의 안전관리가 강화됐다. 원·하청 사망사고가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원청 경영진 74.8% “하청 안전관리 인식 변해”

원·하청 산재 통합관리제도는 원청의 사고사망만인율보다 원·하청을 합친 사고사망만인율이 높으면 원청 사업장 정보와 원·하청을 합친 사고사망 재해를 공표하는 제도다. 지난해 상시노동자 1천명 이상 제조업·철도운송업·도시철도운송업에서 시행됐다. 올해부터는 500명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12월 태안 화력발전소 비정규직 고 김용균씨 사망사건을 계기로 내년부터는 발전업·송배전업·전기판매업 같은 전기업종에도 적용된다. 공공기관은 500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시행한다.

14일 안전보건공단 산하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원·하청 산업재해 통합통계 산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원·하청 산재 통합관리제도를 도입한 1천명 이상 원청 사업장이 하청 안전관리를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이 103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85.5%가 “제도시행 뒤 하청업체에 대한 안전관리와 감독을 강화했다”고 답했다. “하청업체 안전교육이 강화됐다”는 응답한 사업장은 78.6%였다. 원청의 73.8%는 “안전규정 또는 매뉴얼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71.8%는 하청업체 재해발생시 보고규정을 강화했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하청에 대한 원청의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하청에서 발생하는 재해를 원청이 알아야 한다는 제도목적에 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산재관리번호를 포함해 원청에서 받은 하청업체 기초자료를 분석했는데, 2017년 13.2%였던 정확성이 지난해 78.6%로 향상됐다.

제도시행 뒤 원청 의식변화도 뚜렷했다. 원청 경영진의 74.8%는 하청 안전관리에 대한 인식·태도에서 “매우 큰 변화가 있다”(19.4%)거나 “변화가 있다”(55.3%)고 답했다. 원청 안전관리자는 80.6%로 조사됐다.

다만 원청 안전관리자들은 제도 실효성과 효과성과 관련해 각각 35.0%와 31.1%만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연구원은 원청 안전관리자들이 사업장 내 하청노동자 작업인원과 작업내용을 파악하는 데 인력·시간 부족을 느낀 것으로 보고 있다. 제도시행 후 안전관리자를 충원한 원청은 39.8%밖에 되지 않았다.

‘원·하청 사고사망만인율 축소’ 분석도

제도를 시행한 원청과 하청에서 사망사고가 줄어들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연구원이 근로복지공단의 산재보험 가입 사업장과 요양신청 전산자료를 분석했더니, 제도를 시행 중인 1천명 이상 원청 88곳과 그 하청업체를 합친 사고사망만인율은 2017년 0.32에서 지난해 0.08로 크게 감소했다.

고용노동부 산재 보고자료를 기준으로 하면 같은 기간 0.23에서 0.12로 줄었다.

이들 통계가 신뢰성이 높은 것은 아니다. 2017년 조사는 1년간 통계인 반면 지난해 조사는 1~5월에 발생한 산재만 대상으로 했다. 노동부 산재 보고자료에서는 원·하청 산재 통합관리에서 제외되는 교통사고·체육행사·폭력·통근 관련 사망자를 구분하기 어렵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원·하청 산재수준을 평가할 수 없는 한계가 있지만 하청업체에 대한 원청 관리가 향상된 것은 알 수 있다”며 “빠른 제도정착을 위해 사업장 노력과 정부의 지속적인 모니터링·개선작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한편 지난해부터 원·하청 산재 통합관리제도를 적용받고 있는 사업장은 지난해 산재현황 자료를 이달 말까지 노동부에 제출해야 한다. 노동부는 검증작업과 소명을 들은 뒤 올해 말 하청 안전관리를 못한 원청 사업장 명단을 공표할 예정이다. 연구원은 최대 원청 사업장 10곳이 공표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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