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재계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입법요구 중 하나로 사용자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조항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노동기본권 확보와 올바른 노사문화 정착으로 더 이상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조항이 필요 없게 된 것일까. 고용노동부 부당노동행위 사건처리 현황을 보면 최근 4년간 부당노동행위 건수는 크게 증가했다.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비율도 다소 늘었다.

재계는 “부당노동행위 처벌은 한국에만 있는 제도”라며 “노조가 해당 규정을 빌미로 고소·고발을 남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노동계는 “부당노동행위 입증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형사처벌 건수가 늘었다는 건 실제 현장 부당노동행위는 더 심각하다는 방증”이라며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맞선다.

부당노동행위 2015년 570건에서 지난해 830건으로

14일 정의당 노동이당당한나라본부(본부장 김영훈)와 이정미 의원에 따르면 최근 4년(2015~2018년)간 사용자 부당노동행위 건수가 급증했다. 노동부 부당노동행위 사건처리 현황을 보면 2015년 570건이던 처리건수가 지난해 830건으로 크게 늘었다.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비율은 같은 기간 114건(20%)에서 177건(21.3%)으로 증가했다.

부당노동행위 유형을 보면 노조가입 등을 이유로 한 해고 및 불이익과 노조활동 개입이 가장 많았다. 연도별로 보면 2015년에서 2017년까지는 노조 지배·개입을 통한 부당노동행위가 233건·341건·328건으로 많았다. 이 기간 형사처벌도 같은 유형이 가장 많았다. 지난해에는 노조가입 및 노조활동을 이유로 해고하거나 불이익을 준 유형(300건)이 눈에 띄었다. 그해 단체교섭 거부 및 해태가 70건으로 형사처벌 1위를 차지했다.

강금선 한국노총 조직국장은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는 전적으로 노동자들이 증거를 모아 입증해야 한다”며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해도 부당노동행위는 99%가 증거불충분으로 기각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형사처벌 건수가 최근 4년간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사측의 부당노동행위가 심각하고 명백했다는 것”이라며 “노동조건과 고용을 좌지우지하는 사용자를 상대로 노동자가 부당노동행위를 입증해 형사처벌까지 이끌어 낸 것은 긍정적으로 판단하지만 그 비율(2018년 21.3%)을 보면 대다수 부당노동행위에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비판했다.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삭제 아닌 수위 높여야”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8월 취임 100일을 맞아 연 기자회견에서 “노조결성을 가로막는 여러 가지 사용자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한 의지로 단속하고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유성기업과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옛 발레오만도)에서 회사 차원의 조직적 노조파괴 행위가 드러나 회사 대표가 부당노동행위로 형사처벌을 받았다. 유성기업·발레오전장 등에 노조파괴 컨설팅을 한 창조컨설팅 심종두 전 대표와 김주목 전 전무는 최근 2심에서 징역 1년2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부당노동행위 관련 노조의 고소·고발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더라도 사용자가 징역형을 받는 사례는 찾기 힘들다. 금속노조 법률원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 형사공판사건 1심 판결을 조사했더니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용자는 0.34%에 불과했다. 벌금형(67.23%)을 선고받은 사용자가 가장 많았고 선고유예(10.47%)나 집행유예(6.76%)를 받은 경우도 있었다.

자동차 판매대리점 영업사업으로 이뤄진 금속노조 판매연대지회는 2015년 노조결성 이후 이어진 교섭해태와 노조탈퇴 회유·조합원 해고와 관련해 개별 대리점과 원청인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20여건의 고소·고발을 진행 중이다. 모든 고발사건이 기소로 이어졌지만 처벌은 약식기소에 그치고 있다. 기업노조 지원과 금속노조 탈퇴 종용으로 논란에 휩싸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옛 한화테크윈)는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소·고발된 관리자 22명 중 대표이사를 포함해 11명이 증거불충분으로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다.

노조 법률원 관계자는 “최근 사용자 부당노동행위 관련 처벌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과거 너무 낮은 기소율 탓에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것 같다”며 “부당노동행위를 통해 노조탄압·노동조건 저하 등 막대한 이익을 가져올 수 있기에 형사처벌 조항을 삭제할 게 아니라 오히려 규범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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