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 당사자 외에 법인까지 처벌하는 법 규정이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헌법재판소는 11일 “법인·단체의 대표자·사용인 기타 종업원이 그 법인·단체 등의 업무에 관해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단체 등에 대해서도 벌금형을 과한다”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94조 조항이 위헌이라고 선고했다.

이날 선고는 대전지법 천안지원의 위헌심판제청에 따른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2017년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에 대한 부당노동행위로 기소되자 천안지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심판대상 조항은 종업원이 저지른 행위의 결과에 대한 법인의 독자적인 책임에 관해 전혀 규정하지 않은 채 단순히 법인이 고용한 종업원이 업무에 관해 범죄행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법인에 형벌을 부과하도록 정하고 있어 헌법상 법치국가원리로부터 도출되는 책임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시했다. 법인이나 대표가 부당노동행위에 가담하지도 않고, 방지를 위해 노력했는데도 행위 당사자와 함께 처벌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얘기다.

노동계는 반발했다. 김형석 민주노총 대변인은 “회사 대표들이 부당노동행위에 개입하거나 지시하는 현실을 외면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도 “부당노동행위는 대표자의 지시 없이 노무담당자 등이 단독으로 행동하는 경우는 드물다.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번 결정 취지를 반영하면서도 부당노동행위를 엄벌할 수 있는 법 개정안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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