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와 노동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기성금을 삭감하면서 일어난 일이다. 기성금이 깎여 임금을 제대로 주지 못하게 된 하청업체와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한 노동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조선업 불황시기 회사의 저가수주 직격탄을 하청노동자가 맞는 모양새다.

11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건조1부와 건조5부 8개 업체, 도장1부 10개 업체 소속 하청노동자 2천여명의 임금이 체불됐다.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체불이다.

최근 건조부·도장부 업체들은 원청인 현대중공업에서 받는 기성금이 20~30%, 많아야 50% 수준으로 확정되자 전자세금계산서 서명을 거부했다. 건조부 업체들은 지난 8일 노동자들에게 "임금 지급을 못하게 됐다"고 알렸고, 도장부 업체들은 이튿날 임금체불 사실을 공표했다. 노동자들은 작업을 중단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0일 하청업체에 "공정지연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도급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손해배상 청구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도급해지와 손해배상 청구 경고에 도장부 업체들은 이날 오전 삭감된 기성금 전자세금계산서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내하청지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기성금이 계속 삭감되면서 업체들의 불만도 컸다"며 "지난달 건조부 8개 업체 중에는 50%까지 체불한 곳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음주 초 통장에 얼마나 들어오는지 봐야 3월 임금체불 규모를 알 것 같다"며 "전액지급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지회는 현대중공업이 2017년 폴라리스시핑 선주사에게 저가로 수주한 물량을 임금체불 원인으로 지목했다. 지회는 이날 "돈이 안 되는 초대형 광석운반선(VLOC)과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선종을 현대중공업 1·2·8·9도크에서 내년까지 작업해야 하는데 하청업체에 손해를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회 관계자는 "구조적인 문제인 만큼 원청이 직접 체불임금 문제를 해결하도록 집단행동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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