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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망하는데 돈만 밝힌다?] 르노삼성노조 비난 감수하고 장기파업 하는 이유
▲ 자료사진 르노삼성자동차

2018년 임금·단체협약을 둘러싼 르노삼성 노사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10일 르노삼성 노사에 따르면 지난 9일 열린 교섭에서 사측 교섭위원인 이기인 제조본부장(부사장)이 사임의사를 밝혔고, 노조는 이날 주야 4시간 부분파업에 나섰다.

재계와 보수언론은 "한국지엠 군산공장의 길을 간다"며 노조에 융단폭격을 퍼붓고 있지만 노조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12일에도 부분파업이 예정돼 있다. 노조는 "무리한 요구를 하는 건 노조가 아닌 회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회사가 망해 가는데 돈만 밝힌다"는 비난을 감내하면서까지 노조가 파업을 이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르노삼성 노동자들 "돈도 필요없다" 아우성, 왜?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달 초 집중교섭에서 임금 관련 의견접근을 이뤘다. 당초 노조의 임금요구안은 기본급 10만667원 인상이었다. 최소한 최저임금법은 위반하지 말자는 취지였다. 조합원 2천301명 중 600명 이상이 최저임금을 밑도는 기본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측은 "기본급이 올라가면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기본급 동결 대신 보상금·생산성 격려금·이익배분제·성과격려금을 일시지급하겠다고 나섰다. 각종 휴일·연장·야간근로시 기준이 되는 기본급 동결은 노조로서는 손해였지만, 임금보다는 노동조건 개선에 무게를 뒀던 만큼 회사의 제안을 수용했다. 노조 관계자는 "살인적 노동강도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교섭이 장기화하자 조합원들은 "돈도 필요 없으니 노동강도나 어떻게 좀 해 달라"고 아우성쳤던 것으로 전해졌다.

2012년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1천600여명이 공장을 떠난 뒤 5천700여명이던 직원은 4천여명으로 줄었다. 회사는 인원충원은 하지 않고 기존 생산량을 유지했다. 작업량이 두 배로 늘면서 노동강도가 세졌고, 견디지 못한 노동자가 퇴사해 버리면 인력충원 대신 전환배치·아웃소싱으로 빈 자리를 메웠다.

2012년까지 전환배치·외주화 등 노동조건과 관련한 주요 조항이 모두 합의 사항으로 돼 있었지만, 2012년 복수노조 체제가 된 후 노사 상생을 이유로 합의에서 협의로 조항을 변경했다. '노사 합의'라는 브레이크가 없어진 만큼 전환배치와 아웃소싱 모두 회사가 통보하는 대로 운용됐다. '인력부족→노동강도 강화→퇴사→전환배치→노동강도 강화'라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노조가 이번 교섭에서 '작업 전환배치시 노조 합의'와 '신규인력 채용'을 강하게 요구하는 이유다.

노조는 최근 집중교섭에서 또 한 차례 양보안을 내놨다. 교섭위원인 정종훈 금속노조 르노삼성지회장은 "회사가 '합의' 문구를 넣은 단협을 프랑스 본사에 보고할 수 없다고 해서 단협은 지금 수준으로 하되, 회의록에는 합의 정신을 반영한 문구를 남기자고 제안했지만 그조차 거부했다"며 "이 정도면 회사가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어느 정도의 선의는 보여 줘야 10년 가까이 임금동결, 호봉제 폐지·임금피크제 도입, 자동승급 폐지, 통상임금 소송 철회 등 '양보'만 해 왔던 조합원들을 설득할 수 있다고 했는데도 눈치만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생산량 축소가 노조 파업 탓?

강대강 대치가 길어지면서 노조를 향한 비난여론은 거세지고 있다. 노조의 장기파업으로 생산량이 축소됐고, 생산직 근무형태를 하루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르노삼성의 생산량 축소는 이미 지난해부터 잡혀 있던 계획"이라고 반박했다. 지난해 3월 르노삼성은 노조 대의원을 대상으로 한 경영현황 설명회에서 올해 9월 닛산 로그 생산 종료에 따른 중장기 생산물량 축소 계획(2019년 15만대, 2020년 15만대 생산)을 밝힌 바 있다. 파업 때문에 생산량이 준 게 아니라 경영전략에 따른 정해진 수순이었고, 주야 2교대를 1교대로 바꾸는 것 또한 계획된 일정에 따른 것이라는 얘기다. 노조 관계자는 "모든 걸 노조 탓으로 돌리고 있다"며 "회사가 전향적인 태도를 가지고 교섭에 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11일 르노삼성 노사를 각각 만나 입장을 듣는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사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지역 경제는 물론 부품사 경영난 등 산업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이 심각하다"며 "노사 양측에 분쟁의 조속한 타결을 당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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