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한국 정부와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만나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촉구했던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통상담당 집행위원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내용과 답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말름스트룀 집행위원은 한국에 도착하기 전날인 지난 8일 자신의 트위터에 “지금 한국에 가는 중이다. 무역협상을 위한 연례회의인데 잘 될 것”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이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않을까봐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유럽연합 대외관계청에서 일하는 ‘리나 판데르 베이던’이라는 스웨덴 외교관이 답글을 남겼다. 이 외교관은 “내가 1996년 한국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협상을 할 때 가장 큰 걱정거리도 바로 ILO 협약이었다. 23년 전이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OECD에 가입한 것은 1996년이다. 당시 OECD측은 한국 정부가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았다. 결국 한국 정부는 핵심협약을 비준하고 노사관계 법령을 국제기준에 맞추겠다고 약속했다. 노동 3권 개선과 관련해 OECD의 모니터링을 받는 것을 조건으로 가입할 수 있었다.

그 뒤 한국 정부는 98년 ILO 고위급 대표단 방한 때, 2006년과 2008년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출마 때, 2010년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때 ILO 핵심협약 비준이나 비준을 위한 노력을 약속했다.

2017년에는 유엔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에서 핵심협약 비준을 촉구하는 권고가 채택되자, 한국 정부는 이듬해에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도 어렵사리 OECD에 가입한 지 23년이 지나는 동안 ILO 핵심협약 중 절반을 비준하지 못하고 있다. 류미경 민주노총 국제국장은 “노동 후진국이라는 평판은 지난 23년간 한국이 처했던 현실”이라며 “155개 나라가 마친 숙제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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