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화 변호사(서비스연맹 법률원)

대상판결 : 서울중앙지법 2019. 3. 8. 선고 2018고정1765 판결



1. 사실관계

피고인들은 세종호텔 직원이자 노동조합의 근로시간 면제자 또는 조합원들로서 업무시간이 아닌 때에 조합활동의 일환으로 피케팅, 대표이사 면담을 하기 위해 일반인도 출입이 가능한 호텔 로비, 내부 출입문과 외부 출입문 사이 공간, 조합원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리는 회의실 앞에 출입한 경우 이 과정에서 사측의 제지로 다소간의 ‘소란’이 발생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폭력행위처벌법)을 위반한 공동주거침입, 업무방해로 기소된 사안이다.

2. 법원의 판단

가. 무단침입 관련 판단

1) 법원은 주거침입에 관한 일반적 판례를 인용한 후 행위 당시 피고인들이 호텔 직원이라는 특수성 등을 감안해 ‘관리자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에 반하는지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건조물이라고 하더라도 관리자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의사에 반해 그곳에 들어간 것이라면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하는 것이므로(대법원 1997. 3. 28. 선고 95도2674 판결 참조),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건조물에 그 시설을 손괴하는 등 범죄의 목적으로 들어간 경우에는 건조물침입죄가 성립된다(대법원 2007. 3. 15. 선고 2006도7079 판결).

건조물침입죄는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는 것이므로 건조물 관리자의 의사에 반해 건조물에 침입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고, 일반적으로 개방돼 있는 장소라 하더라도 관리자가 필요에 따라 그 출입을 제한할 수 있는 것이므로 관리자의 출입제지에도 불구하고 다중이 고함이나 소란을 피우면서 건조물에 출입하는 것은 사실상의 주거의 평온을 해하는 것으로서 건조물침입죄를 구성한다(대법원 1996. 5. 10. 선고 96도419 판결).

피고인이 침입했다는 인천의 주식회사 연안여객터미널 건물이 일반적으로 출입이 허가된 곳이라 해도 출입이 금지된 시간에 원심 설시와 같이 그 건물 담벼락에 있던 드럼통을 딛고 담벼락을 넘어 들어간 후 그곳 터미널 마당에 있던 아이스박스통과 삽을 같은 건물 화장실 유리창문 아래에 놓고 올라가 위 유리창문을 연후 이를 통해 들어간 것과 같은 경우에는 그 침입방법 자체가 일반적인 허가에 해당되지 않는 것이 분명하게 나타난 것이라 할 것이므로 이와 같은 경우에는 건조물침입죄가 성립되는 것이고 따라서 원심판단에 아무런 잘못도 없다(대법원 1990. 3. 13. 선고 90도173 판결).

2) 피고인들이 출입한 장소는 호텔 투숙객이 아니더라도 자유로이 출입할 수 있는 곳(호텔 로비, 외부 출입문과 내부 출입문 사이의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징계위원회가 열린 회의실 앞 복도는 호텔이 유치한 행사들이 열리는 곳이기는 하나, 근무를 마친 피고인들이 노동조합 사무실에 들른 후 퇴근 과정에서 자유로이 이동할 수 있는 곳이었다.

3) 나아가 피고인들의 출입목적에 관해 범죄(시설 손괴) 또는 권리 침해(호텔 영업방해) 목적이 있는지 여부를 검토했다. 피고인들의 출입목적은 평화적 조합활동, 즉 ① 호텔 외부 1인 시위를 사측 관리자가 방해하자 호텔 로비로 들어간 경우 ② 기자회견 후 항의서한 전달과 대표이사 면담을 위해 들어간 경우 ③ 동료 조합원에 대한 징계위원회 개최 장소에서 극히 짧은 시간(5분 정도) 피케팅과 구호를 외친 경우였다.

특히 출입 과정에서 처음부터 피고인들 스스로 구호를 외치는 등으로 소란을 일으키지는 않았을 뿐만 아니라 호텔 직원들의 제지행위를 뚫고 더 이상 나아가지 않았다.

위와 같은 조합활동이 사용자의 승인을 받지 않고 사업장 내에서 진행된 경우 외관상 사용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경우 무조건 관리자의 의사에 반한다고 봐 무단 침입을 인정할 것인가. 법원은 오히려 행위 당시 드러난 사용자의 사실상 의사에 주목하기보다 출입 장소의 특성, 출입하려는 목적과 경위, 출입의 태양과 사용자의 피해 정도 등을 고려해 ‘노동조합의 의사표현 행위가 사회통념상 허용범위를 넘었는지 여부’를 판단한 후 ‘사용자가 정당하게 보유해야 할 규범적 의사’에 주목했다고 평가된다. 이 점은 피고인들 노조에 대한 법원의 가처분 결정 취지에 반하지 않는 것이어서 가처분 결정을 잠탈하려는 시도가 아니라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는 데에서도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나. 업무방해 관련 판단

법원은 앞서와 같이 피고인들의 무단침입에 대한 판단을 전제로 업무방해죄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피고인들이 각 일자에 세종호텔에 출입했던 것이 ‘불법’이 아니라는 것을 전제로 해 피고인들이 스스로 그 소란을 일으켰다기보다 세종호텔 직원들이 피고인들을 적극적으로 제지하는 과정에서 발생했으므로 이에 대한 책임을 피고인들에게 전가할 수 없다고 보고 표현의 자유와 그 헌법상 원리를 강조하며 3자의 수인의무와 세종호텔에 대한 항의행위·장소가 분리돼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명시한 대목이 눈에 띈다.

본 사안에서 피고인들이 일으킨 소란의 정도가 업무방해죄의 ‘위력(직원들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 족한 정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함으로써 고객들이나 직원들의 출입과 행사 진행 등 업무에 다소 불편함을 초래했다는 것이 ‘위력’으로 대체돼서는 안 된다고 봤다.

다. 소결론

법원이 조합활동의 정당성과 시설관리권 충돌 문제에 대해 명시적으로 판단한 것은 아니나 출입한 장소의 특성, 출입의 경위와 태양, 노동조합의 표현의 자유 보장 필요성 등을 기초로 노동조합의 의사표현 행위가 “사회통념상 허용범위를 넘었는지 여부”라는 기준을 명시함으로써 죄형법정주의 관점에서 건조물 관리자인 사용자 의사를 보다 엄격하게 해석했다고 볼 수 있다.

3. 결론

본 사안은 법원이 사용자의 승인을 얻지 않은 조합원의 사업장 내 조합활동과 관련해 주거침입의 ‘명시적·추정적 의사에 반하는지 여부’ 판단을 어떻게 볼 것인가가 쟁점이었다. 법원이 명시적으로 판단하지는 않았으나, 사업장 안에 있는 여러 공간에서의 집회나 홍보활동 등에 대해서 단체협약 등에 정한 것이 없고 또한 노사관행이나 사용자 동의가 없더라도, 사업장은 사업수행 장소이면서 또한 조합활동을 할 수밖에 없는 장소라는 점, 노동 3권을 행사하려면 어느 정도의 시설관리권과의 충돌은 불가피하다는 현실적 고려가 필요한 점, 조합활동의 필요성·긴급성, 사용자에 대한 배려 정도, 이용시간의 정도, 시설이나 설비의 성격, 그 침해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조합활동의 정당성을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1988. 10. 11. 선고 87누147 판결 등 그 취지 참조)는 법리를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 해당성 단계에서 고려했다는 데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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