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제도개선을 위한 노사정 협상이 결렬을 향해 가는 모습이다. 유럽연합(EU)이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한국 정부의 구체적인 조치 제시 시한으로 못 박은 9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노총 “정부 비준 먼저”

7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따르면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 중인 노사정 부대표급 회담이 평행선을 긋고 있다.

경사노위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전체회의에서 “4월 초까지 노사정 부대표급 협상을 지속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김용근 한국경총 상근부회장·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이 이달 1·4·5일 협상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의견접근은 없었다.

재계는 부당노동행위 제도 폐지와 파업시 대체근로 허용 입장을 고수했고, 한국노총과 노동부가 이에 반대하면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

한국노총은 5일 협상에서 “정부가 ILO 핵심협약을 먼저 비준하도록 노사가 합의하고, 1년 이내 입법을 목표로 6월까지 추가 협상을 하자”고 제안했다. 협상이 제자리걸음하자 이른바 ‘선 비준 후 입법’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경총이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가 시한으로 밝힌 4월 초를 넘기면서 노사정 협상은 결렬로 가는 모양새다.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 공익위원들은 6일 만나 전체회의 개최를 포함한 이후 계획을 논의했다. 향후 일정은 9일 이후에나 나올 것으로 보인다. 공익위원들은 전체회의 개최가 협상 결렬로 비치면 한·EU 무역분쟁 해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 정부와 EU 집행위원회는 9일 오전 롯데호텔에서 한·EU 무역위원회를 연다. EU는 이날 회의 때까지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한 “구체적인 조치의 증거 제시”를 한국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긍정적인 입장이 없으면 무역분쟁 해결 마지막 단계인 전문가패널로 넘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노동부 장관·환노위원장 EU 집행위 면담

이재갑 노동부 장관은 이날 무역위원회가 열리기 전에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 집행위원회 통상담당 집행위원을 면담한다. EU 집행위원회는 같은날 오후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도 만난다.

이 장관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노사정이 논의한 내용을 전달할 예정이다. “노사정 합의와 제도개선안 국회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EU측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ILO 핵심협약 비준에 부정적인 김학용 환노위원장과의 면담은 EU측 결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무역과 지속가능발전장(노동·환경) 분쟁해결 절차상 전문가패널 단계에 돌입하려면 어느 일방이 패널소집을 요청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ILO 핵심협약 8개 중 4개를 비준하지 않은 상황에서 패널소집은 EU측이 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곧바로 소집을 요청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부 관계자는 “EU 집행위원회가 한국에서 보고 들은 상황을 의회에 보고한 뒤 내부논의를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패널 소집은 한쪽 당사자가 요청하면 2개월 안에 마무리돼야 한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패널은 한·EU가 추천한 각 한 명씩, 3국 전문가 한 명으로 구성된다.

한국 정부와 EU는 FTA가 발효한 2011년 7월께부터 각각 6명씩으로 구성된 전문가패널 명부를 갖고 있다. 이 중 한 명씩을 패널로 지정하면 된다. 한국 정부는 전문가패널을 교체하기 위해 이달 2일까지 공모절차를 밟았다. 3국 패널 명부도 6명인데, 양측이 협의해 한 명을 위원장으로 선출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