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사정 합의로 한국형 실업부조 도입 논의가 촉발했다. 한국형 실업부조는 실업급여 혜택을 못 받는 저소득층 구직자에게 국가가 생계와 고용서비스를 지원하는 제도다. 지난달 경사노위는 한국형 실업부조 운영 원칙을 포함한 ‘고용안전망 강화를 위한 합의문’을 채택·발표했다. 경사노위 합의를 시작으로 국회에서도 한국형 실업부조 도입 논의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과연 실업부조가 실직과 빈곤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까.

실직과 빈곤의 사슬은 단단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공개한 ‘한국형 실업부조 법제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저소득 가구일수록 가구주의 실직 위험과 빈곤 상태 진입 위험이 높았다. 정부 의뢰로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보고서다.

“구직경험자 27% 실업 뒤 5년 내내 빈곤”

보고서에서 연구진은 저소득 가구일수록 가구주의 실업 위험이 높으며, 실직기간 동안 보충적인 소득이 없어서 빈곤 상태에 놓일 위험이 높다고 분석했다. 2017년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분기별 자료를 바탕으로 15~64세 가구주의 연간 실직 경험률과 실직시 빈곤 진입률을 비교한 결과 저소득층의 경우 실직 뒤 다음 분기에 빈곤 상태로 진입하는 비율이 73%나 됐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가구소득이 중위소득의 60% 미만인 경우를 상대빈곤으로 정의했다.

저소득 가구일수록 가구주 실직에 따른 빈곤 위험이 지속됐다. 연구진이 한국복지패널 2011~2015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중위소득 30~60%인 계층의 2015년 구직경험자 중 1년만 빈곤을 경험하는 비율은 15.7%에 그쳤지만 5년 내내 빈곤을 경험하는 비율은 27.2%였다. 56.4%는 2~4년 동안 빈곤을 경험했다.

현재 실직자를 보호하는 유일한 사회보장제도인 실업급여는 저소득층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지 못했다. 중위소득 60% 미만의 실업급여 수혜율은 10.9% 미만으로, 중위소득 150% 이상 수혜율(15.1%)에 비해 4.2%포인트 낮았다.

연구진은 “저소득층의 경우 신속하게 취업하더라도 적절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 반복적으로 퇴직하게 되고, 결국 반복적인 빈곤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며 “빈곤 위험이 가장 높은 시기인 실업기간 동안 소득지원과 취업지원을 병행하는 보완적인 고용안전망(실업부조) 확충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중위소득 60% 이하 기준이면 대상자 53만6천명"

고용안전망 강화 관련 노사정 합의를 지원할 법안 발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이용득 의원은 지난 5일 한국형 실업부조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구직자 취업촉진 및 생활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이 발의한 제정안에는 지급 대상과 관련해 ‘구직의사와 능력이 있음에도 취업하지 못한 18세 이상 65세 미만이며, 가구소득이 중위소득의 60% 이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수준 이하일 것’이라고 명시됐다.

지난달 경사노위 합의문에는 지급 대상으로 중위소득 50% 이하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도입해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용득 의원에 따르면 한국형 실업부조와 관련된 정부안도 이르면 이달 중 발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가구소득 기준을 중위소득의 60% 이하, 재산 규모 6억원 미만을 기준으로 수급 대상을 추산하면 실업부조의 잠재적 대상자는 53만6천명으로 나타났다. 이용득 의원실 관계자는 “경사노위 합의안대로 지원 대상을 중위소득의 50% 이하로 잡으면 수혜자가 8만명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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