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12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인 87호(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와 98호(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 적용에 관한 협약)를 비준하라고 고용노동부에 권고한 근거로 삼은 것은 바로 ‘헌법’이었다. 인권위는 “ILO 핵심협약 비준이 노동기본권을 보장한 헌법적 가치를 수호한다”고 봤다.

<매일노동뉴스>가 7일 입수한 인권위 ‘ILO 결사의 자유 관련 87호, 98호 협약 가입(비준) 권고’ 결정문<사진>에 따르면 인권위는 ILO 핵심협약 비준의 필요성과 기대효과를 결정문에 담았다. 인권위는 지난해 12월10일 전원위원회에서 이 같은 권고안을 의결하고 올해 1월23일 결정문을 노동부에 송부했다. 노동부는 송부일로부터 90일 안에 수용 여부를 회부해야 한다.

◇‘선 비준 후 입법’ 판단에 ILO 의견 주효=결정문을 보면 인권위가 ILO 핵심협약 ‘선 비준 후 입법’ 의견을 낸 배경이 나온다. 인권위는 “ILO는 모든 노동자의 기본적 인권인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도록 회원국에게 의무로 제시했다”며 “우리나라는 ILO 핵심협약에 가입하지 않으면서 (노동자들이) 헌법에서 규정한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 공익위원들이 지난해 11월 “ILO 핵심협약 비준을 조속히 추진하라”고 의견을 발표한 것에 대해 인권위는 “정부가 경청하고 수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결정적인 것은 ILO 의견이었다. 인권위는 “ILO 선임자문관 팀 드 메이어가 지난해 10월 (한국에서 열린) ‘ILO 핵심협약과 사회통합 토론회’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87호와 98호 가입은 국내법·제도를 통해 협약의 의무를 완전히 실현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라기보다 ILO로부터 객관적인 모니터링을 받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공무원·해직자 결사의 자유 침해 해소 ‘긍정적 효과’=인권위는 87호와 98호 비준시 긍정적 영향에 대해서도 짚었다.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이 공무원의 직무·직급별 단체 가입을 제한하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 해고자에 대한 단결권 제한과 노조 불인정으로 ILO로부터 해당 조항 폐지 권고를 받았다는 점을 상기했다. 노조 설립신고서 반려 제도 역시 자유 설립의 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87호와 98호에 가입하면 사전인가를 받지 않고 스스로 선택해 단체를 설립·가입할 수 있고, 노조 구성원으로 누구를 포함할지는 단체 규약에 따라 결정할 수 있다”며 “노동자 결사의 자유에 관한 노동인권 현안을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

협력업체 결사의 자유 침해 문제도 해소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인권위는 “98호에 가입하면 삼성전자서비스에서 발생했던 것 같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지난 4일 오전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국회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국회영상회의록 캡처>

◇“쟁의행위 업무방해죄 적용·손배청구 노조활동 위축 감소 효과도”=인권위는 쟁의행위에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는 문제와 손해배상 청구를 통해 노조활동을 위축시키는 행위도 87호와 98호 가입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인권위는 “ILO 결사의자유위원회는 불법파업이라고 하더라도 폭력이 수반되지 않는 경우에는 근로자에 대한 구속·체포 없이 수사하는 관행을 정착시킬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이에 따라 “우리나라 정부가 87호와 98호에 가입함으로써 결사의 자유 보장에 관한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이행하고 노동기본권 보장을 규정한 헌법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며 “국내 노동인권 현안들을 시급히 해소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결정문 송부일로부터 90일 이내인 4월 말까지 노동부가 권고에 대한 의견을 보내야 한다”며 “노동부 입장을 보고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인권위가 추가적으로 어떤 조치를 할 수 있을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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