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과 함께 고 김용균씨가 우리 사회에 남긴 또 하나의 유산이다. 지난 3일 첫 회의에서 김지형 특별조사위원장은 “노동안전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돌아가야 할 공동선”이라고 했다. 산재를 가리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 국가적으로 참기 힘든 치욕이고 엄청난 불명예”라며 “산재문제를 해결하려면 강력하고 결집된 사회적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별조사위를 “심층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공론의 장, 사회적 논의기구”라고 표현했다. 특별조사위의 과제를 들었다.

 

▲ 권영국 변호사(특별조사위 간사)

산재 부르는 구조적 결함 원인 밝히는 데 주력
권영국 변호사(특별조사위 간사)

지난 3일 김용균 노동자가 일한 현장을 확인했다.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과 진상이 밝혀졌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고 원인에 따른 대책이나 재발방지 대안이 나와야 하고, 원인 제공자에 대한 책임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지도 논의해야 한다.

반복되는 산업재해들이 현장에서 지켜야 할 의무 위반 때문에 발생하는 것인지, 그래서 의무를 잘 지키도록 하는 것으로 해법이 마무리돼야 하는 것인지 의문을 가지고 있다. 혹여 현행 법·제도가 상당히 결함이 있어서 산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면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산재나 안전사고가 났을 때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상부구조에 대한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래서 기술적 대책으로 사고가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 기술적 대책도 현실성 있는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현장의 모든 상황을 결정하는 결정권한자·경영자의 의지가 필요하다.

이번 조사는 설비 미비나 안전수칙 문제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규칙위반이나 시설의 미흡을 가져오는 궁극적이고 구조적인 원인을 살피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정책의 문제가 있을 수 있고, 법·제도의 문제일 수도 있다. 구조적 결함 원인을 밝히는 데 초점을 두고 특별조사위 활동이 이뤄져야 한다.

 

▲ 양한웅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집행위원장

사람보다 이윤 앞세우면 산업재해 못 막는다
양한웅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집행위원장

지난해 12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김용균법)이 통과됐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발전소 노동환경을 진단하고 제도개선안을 마련하기 위해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도 공식 활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충남 서천의 한솔제지 공장에서 지난 3일 또 한 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원청이 훨씬 더 강화된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죽음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기업에 강력한 책임을 부과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기업살인법)은 이런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 사업주가 관리감독 부주의로 발생하는 산업재해로 인한 처벌을 피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산업안전은 결국 돈 문제다. 2인1조라는 원칙을 지키지 않았던 이유도 비용 문제였다. 기업은 비용을 이유로 산업안전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위험을 외주화해 하청노동자에게 죽음도 외주화했다. 더 늦기 전에 한국 사회는 생명·안전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 산업재해를 막기 위한 예방적 투자 같은 선제적 조치가 이뤄진다면 무고한 죽음은 막을 수 있다.

한국 기업은 노동자의 죽음에 무디다. 사람보다 이윤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사업장 내 노동자의 죽음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부는 기업이 사람보다 이윤을 우선할 수 없도록 제도적·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무고한 죽음을 끝내야 한다.

 

▲ 이준석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 태안지회장

현장 노동자 목소리 듣는 조사활동으로 진상 드러내야
이준석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 태안지회장

현장 노동자들이 제일 바라는 것은 안전한 일터다. 안전작업이 이뤄질 수 있는 설비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노사는 대화를 통해 개선책을 마련·시행하고 있다. 회사는 설비개선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잘 지켜져야 한다.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가 설비개선 약속을 잘 이행하는지 살펴봐 달라. 우리에게 가장 절실하기 때문에 감히 요청한다.

특별조사위 활동에 기대가 크다. 어렵게 출범했지만 좋은 위원들이 포진하고 있기 때문에 김용균 죽음의 진상과 재발방지책을 마련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현장의 목소리를 두루 들어 달라. 회사는 자기들에게 책임이 전가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해 말 바꾸기나 사실을 숨기려 할 수도 있다. 현장을 가장 잘 아는 노동자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원청인 서부발전과 한국발전기술도 진실을 밝히는 데 적극 협조해야 한다. 김용균의 동료들은 죽음의 진실이 드러나도록 현장에서 계속 싸우겠다.

 

▲ 박혜영 공인노무사(노동건강연대)

기업의 감춰진 작업환경, 인간의 관점에서 들여다보길
박혜영 공인노무사(노동건강연대)

고 김용균씨 어머니가 사고 현장을 처음 찾았을 때 했던 말은 “이런 곳에서 일하는 줄 몰랐다”였다. 고인의 동료들에게 “어서 빨리 나가라”고 했다. 그만큼 상상도 못했던 환경이었다. 한국서부발전뿐만 아니다. 겉으로는 멀쩡하게 포장된 기업 대부분 일터 내부를 들여다보면 사정은 비슷하다.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는 이런 기업들의 속살을 사람의 관점에서 들여다보는 최초의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가 그랬듯, 가족들은 대개 노동자가 어떤 환경에서 일하는지 잘 모른다. 감춰진 기업의 노동환경을 특별조사위라는 이름으로 사회적으로 해부하는 이번 시도는 그래서 너무나 소중하다. 정규직이든 하청노동자든 누구나 법·제도적으로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사업주도 안전하고 건강한 작업환경을 만들 의무와 책임이 있다. 그것을 망각한 결과로 우리 사회에 끔찍한 참사가 발생하는 것이다.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하면 노동감독당국이 조사를 위해 현장을 찾는다. 사용자가 ‘사고현장’이라고 공개하는 곳은 대개 잘 차려진 밥상처럼 번듯하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고 사고가 되풀이되는 것이다.

특별조사위는 이런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할 것이다. 현장의 하청노동자를 비롯한 모든 일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그를 배경으로 진짜 현실을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계기로 모든 기업이 이 사회에 안전한 노동자의 작업환경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손진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집행위원장

하청노동자 당사자 목소리 반영해 현장 개선해야
손진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집행위원장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가 재발방지뿐 아니라 진상규명을 제대로 해서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 고 김용균님처럼 외주화된 노동자의 죽음이 만연한 사회다. 특별조사위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시금석이 될 수 있을 만한 일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하청노동자들에게 계속 위험이 전가되고 그 결과 그들의 희생이 나타나는 구조의 문제를 잘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특별조사위가 하청노동자들, 일하고 있는 당사자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 줬으면 한다. 안전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당사자는 해당 노동자들인데 그들의 목소리는 계속 외면돼 왔다. 고 김용균씨 동료들도 기존에 계속해서 원청에 이야기를 했었는데 당시 원청이 하청노동자들 목소리기 때문에 반영하지 않았다. 그 위험은 너의 것이지 나의 것이 아니라고 일관했다. 때문에 이 문제가 반복됐다고 생각한다.

구조의 문제를 밝혀내는 것뿐 아니라, 구조의 개선을 위해서라도 일하고 있는 당사자들의 목소리에 어떻게 힘을 줄 것인가, 그 목소리에 기반을 두고 현장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가 특별조사위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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