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영 기자

"장애인에게 시설은 감옥이다. 서울시는 '향유의 집'을 폐쇄하고, 장애인 탈시설 대책을 마련하는 데 앞장서라."
"노동자에게 해고는 살인이다. 서울시는 장애인 탈시설 자립정책에 따른 중증장애인 돌봄시설 종사자 고용불안 대책을 마련하라."

4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한국노총 사회서비스노조가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었다. 두 단체가 기자회견을 한 배경에는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인 '향유의 집'이 있다.

돌봄이 필요한 이들을 지역사회가 아닌 시설에 거주하도록 했던 기존 복지정책이 커뮤니티케어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시설 종사자 고용문제가 불거졌다. 돌봄정책 패러다임이 바뀌는 지금, 돌봄 거주시설 노동자 고용대책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시 중증장애인 탈시설 자립지원 모델 1호 '향유의 집'

'향유의 집' 전신은 석암재단 베데스다요양원이다. 비리로 얼룩졌던 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2007년 석암재단 설립자 일가의 횡령 사실이 세상에 공개되면서 이사회는 해산했다. 서울시가 관선이사를 구성하고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법인을 정상화하는 과정을 밟았다.

석암재단은 사회복지법인 프리웰로 이름을 바꾸고 공공이사 7명을 선임해 법인 운영을 맡겼다. 프리웰은 2014년부터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통합과 참여"를 내걸고 수용형 거주시설을 폐쇄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프리웰 이사회는 '향유의 집 폐쇄방침'을 확정했다. 사실상 서울시가 추진하는 '장애인 탈시설·자립생활 지원정책' 모델 1호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향유의 집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고용문제는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시설노동자 고용문제 빠진 커뮤니티케어

박대성 노조 향유의집지부장은 "노사협의회를 열어 시설폐쇄와 관련한 고용대책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시설폐쇄는 법인(프리웰) 이사회 결정이기 때문에 아무런 권한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박대성 지부장은 이달 11일자로 해고될 위기에 놓여 있다. 시설폐쇄와 관련해 의혹을 제기했는데, 법인 인사위원회가 "법인과 시설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하며 지난달 11일 징계면직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지난 3일 한국노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한국노총과 향유의집지부가 장애인 탈시설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향유의 집 노사갈등이 한국노총과 장애인단체 간 갈등으로 번지는 형국이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4일 오전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면담을 갖고 "탈시설 정책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은 "탈시설 정책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게 되는 노동자에 대한 고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서울시 노사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서울시는 2022년까지 예산 220억원을 투입해 300여명의 거주시설 장애인의 탈시설·자립을 지원해 지역사회로 통합하겠다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현재 서울시 지원 장애인 거주시설은 43곳이다. 이들 시설에서 1천880명의 돌봄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탈시설 정책이 본격화하면 2천여명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말이다.

장애인단체도 노동자 고용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조아라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는 "단순히 향유의 집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시설중심 복지서비스가 지역사회 기반 서비스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시설노동자 고용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7월 개원하는 사회서비스원에서 장애인 거주시설 직원들의 고용을 승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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