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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성장 밀어붙이기에 규제완화 졸속심사 우려행정규제 완화 정부입증책임제 도입 … '노동계도 모르는' 심의 결과
정부가 신산업·혁신성장을 이유로 행정규제 혁신방식을 정부입증책임제로 변경했다. 행정규제 완화 여부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뜻이다.

고용노동행정의 경우 별도 심의회를 만들어 규제완화 여부를 심사 중인데, 제대로 된 심의가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노동행정 규제 전반에 걸쳐 정부입증책임제를 도입했다. 기존에는 기업·개인이 규제완화나 폐지를 건의하면 당사자들이 그 필요성을 입증해야 했다. 이제는 정부가 규제존치 필요성을 입증해야 한다. 기업경영 어려움을 없애고 신산업·혁신성장을 추진한다는 명목이다.

노동부는 국무조정실 지침에 따라 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규제혁신심의회를 만들었다. 법률을 제·개정할 때 규제 정도를 심사하는 각 부처별 규제심사위원회와는 달리 규제혁신심의회는 행정규칙상 규제의 혁신 여부를 심의한다. 민간 분야 전문가들과 노사단체 대표, 노동부 고위공무원들로 구성돼 있다.

규제혁신심의회는 지난달 29일 첫 회의를 열어 기업이 건의한 107개 규제혁신 과제를 심의했다. 정부가 규제 필요성을 입증하지 못한 16건을 전부 수용 또는 일부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규제완화를 결정한 16개 과제 중 7건이 산업안전보건과 관련한 것이다.

심의회가 의결한 과제에는 △유해·위험 설비를 보유한 사업장이 작성하게 돼 있는 공정안전보고서(PSM)상 염산·황산 농도규정 완화 △밀폐공간 환기시설 규제 일부 완화(사용자가 질식위험 없음을 입증할 시) △사용자의 산업재해발생 보고대상 일부 완화가 포함돼 있다. 노동계가 반대했거나 우려했던 사안들이다.

양대 노총 안전보건 담당자들은 이날까지 심의회 의결 사실을 알지 못했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산재보고 제도는 이미 규제완화가 됐는데도 또 추진하고 있고, 밀폐공간 규제를 완화해도 된다는 전제조건도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심의회 위원인 한국노총 관계자가 회의 당일 일정상 이유로 불참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추진하는 규제완화 바람 속에 사전 논의가 부족했거나 심의회 논의가 형식적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노동부는 △고용정책(11개) △직업능력개발 및 노동정책(8개) △산업안전·산재보상(40개) 분야 행정규칙을 규제혁신심의회에서 정비할 계획이다.

노동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산업안전 분야의 경우 국민 생명과 안전에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 반드시 필요한 규제가 무분별하게 폐지·완화되지 않도록 유의해 (규제완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부 규제 중 60~70%를 차지하는 산업안전보건 분야에 규제완화가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정부가 기업과 사용자단체 주장을 받아들여 정부입증책임제를 도입하고 규제혁신기구를 운영하고 있는데, 노동권과 건강권·생명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며 “노동계가 참여한 가운데 규제혁신 방향과 개선과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학태  tae@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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