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외국계은행의 과도한 배당문제를 들여다보기 위해 조사에 착수했다. 노동계는 지나친 배당이 은행 고객과 노동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배당성향, 씨티은행 304%·SC제일은행 273%

28일 노동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지난 27일 서울 다동 한국씨티은행 본점을 찾아 현장조사를 시작했다. 배당 과정의 적법성과 소비자 보호 등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날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석헌 금감원장은 “은행이 자율적으로 배당을 결정하는 것이 맞지만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은 배당이 과하다”고 지적했다.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은 지난해 각각 3천74억원과 2천24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그런데 두 은행 모두 당기순이익의 3배를 넘거나 육박하는 금액을 배당해 논란이 되고 있다. 벌어들인 돈보다 세 배 많은 돈을 본사에 줬다는 뜻이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9천341억원을 배당했다. 배당성향이 무려 303.9%다. SC제일은행도 같은 기간 6천120억원(배당성향 272.7%)을 배당했다.

외국계은행의 고액배당 행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SC제일은행의 경우 2014년 마이너스 9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을 때도 1천500억원을 배당해 물의를 일으켰다. 지난 5년간 씨티은행의 평균 배당성향은 118.6%다. 씨티은행은 고액배당 논란에 대해 “자기자본이익률(ROE) 상향을 통한 자본효율화 조치”라고 주장했다.

"당기순이익 초과 배당하려면 승인받아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들의 평균 배당성향은 2017년 기준 16.02%다. 국내 회사의 경우 배당성향이 높아도 기업의 이익이 투자자들에게 배분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

외국계은행은 사정이 다르다. SC제일은행은 영국에 본사를 둔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북동아시아 법인(SC NEA)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씨티은행은 미국의 종합금융회사인 씨티그룹이 해외투자법인(COIC)을 통해 지분 99.98%를 보유하고 있다. 배당성향이 100%를 넘는다는 것은 한국에서 거둔 수익 이상의 돈이 고스란히 외국으로 빠져나간다는 뜻이다. 이와 별개로 은행의 주요 수익원이 예대마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두 은행이 기업활동 자체로 중요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고 보기 어렵다.

노동계는 외국계은행에 배당을 줄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를 국내 투자로 돌려 고용의 질을 높이라는 뜻이다. SC제일은행은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호봉제를 적용받지 못하는 저임금직군 비중이 월등히 높다. 씨티은행은 2017년 7월 140여개 지점을 40여개로 줄인 상태다. 정규직에 대한 구조조정은 없었지만 업무조정 과정에서 전화상담 업무를 했던 비정규 노동자들이 해고됐다.

금융노조 씨티은행지부는 27일 본점 로비에서 회사의 과도한 배당을 규탄하는 시위를 시작했다. 지부 관계자는 “회사가 과도한 배당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지 않으면 경영진의 문제행위를 추가로 제기하겠다”며 “투쟁 초기라 사측의 반응을 지켜보며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과 같이 은행의 과도한 배당을 억제하는 법·제도가 대안으로 꼽힌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씨티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일반 신용대출 평균 가산금리가 4.72%로 국내 은행 중에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호주는 은행이 당기순이익을 초과하는 배당을 하려면 금융당국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고,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도 배당에 대한 규제정책이 있는 만큼 당국이 과도한 배당 규제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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