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정오 서울 새문안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회의실에서 24차 노사관계 제도ㆍ관행 개선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정기훈 기자>

노사정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해 다음달 초까지 협상을 이어 간다. 합의 가능성은 미지수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는 28일 정오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향후 일정을 논의했다.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 위원장인 박수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회의 뒤 기자브리핑에서 “노사협의가 진행 중이고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있어서 4월 초까지 노사정 간 합의가 이뤄지도록 촉구하고 기다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한·EU 자유무역협정(FTA)상 ILO 협약 비준 노력의무와 관련해 “4월9일까지 구체적인 조치를 했다는 증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개선위는 EU측이 제시한 일정을 감안해 노사협상 시간을 더 주고, 합의 불발시 그동안 논의내용을 국회에 전달할 계획이다.

노사정 협상은 부대표급이 주도하고 있다. 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김용근 한국경총 상근부회장·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이 협상에 참여한다.

공익위원들이 “부대표급 협상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시간을 더 준다”고 밝혔지만 협상이 제대로 된 적은 없다. 이성경 사무총장과 김용근 상근부회장은 지난 26일 국민연금공단 이사회 참석차 전북 전주에 갔다가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일정도 불투명하다. 이성경 사무총장은 27일부터 29일까지 해외출장 중이다. 노사가 협상을 본격화하려면 이번 주말이나 다음주는 돼야 한다.

협상이 시작되더라도 입장차를 좁힐지 가늠하기 힘들다. 재계는 △파업시 사업장 점거 금지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파업시 대체근로 인정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폐지 △쟁의행위 찬반투표 절차 명확화(유효기간 명문화)를 요구하고 있다.

노동계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개선 △산별교섭 활성화 △단체교섭·쟁의행위 대상과 목적 확대 △노조활동·쟁의행위 관련 민사책임·형사처벌 개선 △필수공익사업·필수유지업무 제도 개선을 주장하고 있다. 양측은 상대방 요구에 대해 “협상대상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선 비준 후 입법’ 목소리 커지나
선 입법론 대표주자 이승욱 교수 “선 비준도 고려할 수 있는 카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노사정 합의 실패에 대비해 문재인 대통령이 먼저 핵심협약을 비준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 공익위원 간사인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8일 오후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 전체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선 비준도 지금은 고려해야 할 카드 중 하나”라고 밝혔다.

정부는 그동안 ILO 핵심협약 비준에 대해 ‘선 입법 후 비준’을 고수했다. 핵심협약과 충돌하는 국내법을 바꾼 뒤 비준하는 방안이다. 반면 대통령이 비준한 뒤 국회 입법을 추진하자는 목소리도 만만찮았다.

이승욱 교수는 대표적인 ‘선 입법론자’다. 그런데 ILO 핵심협약 비준이 재계 반대에 부딪혔고, 국회가 관련법 개정을 처리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유럽연합(EU)과 무역분쟁까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정부에 “플랜B”를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교수는 “재계가 요구하는 단체교섭·쟁의행위 제도개선 같은 협약비준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곁다리 문제 때문에 협약비준이 좌절될 수도 있다”며 “국회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선 비준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옵션”이라고 말했다.

사실 ILO 협약비준은 사전에 국회 동의를 구하지 않아도 된다. ILO 사무총장에게 비준기탁서를 보내는 순간 효력을 발휘한다. ILO 협약이 국내 재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국내법과 상충할 경우 정부가 협약을 비준한 뒤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 교수는 “ILO 87호와 98호 협약전문은 내용이 추상적”이라며 “국내법과 상충되지 않는다고 볼 여지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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