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그룹측이 제주 녹지국제병원의 개원허가 취소 전 청문에서 의료기관 운영 경험이 없다고 스스로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보건의료노조는 녹지국제병원의 사업시행자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가 청문에서 제주도에 제출한 의견서를 입수해 공개했다. 노조는 “녹지국제병원 개원허가를 취소해야 할 사유가 명백해졌다"며 "개원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문주재자인 오재영 변호사는 지난 26일 제주 녹지국제병원의 개원허가 취소 전 절차인 청문을 제주도청 별관에서 진행했다.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는 녹지그룹이 100% 투자했다.

◇녹지그룹측 “제주도·JDC가 병원 개설 강요”=녹지그룹측은 의견서에서 영리병원 개설과 관련해 “제주도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강요하다시피 해 추진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의견서에 따르면 녹지그룹측과 JDC는 2011년 12월23일과 2012년 7월11일 헬스케어타운 부지 가운데 일부를 분양받아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당초 이 사건 개발계약 내용에는 녹지그룹이 외국의료기관을 개설한다는 내용이 전혀 없었다. 녹지그룹측은 2012년 11월께 1단계 개발사업을 위한 건축공사를 시작해 마쳤다.

그런데 2013~2014년 헬스케어타운 목적에 맞는 사업의 투자유치가 미진하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기 시작하자, JDC는 2단계 사업에 의료시설 개설을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다. 녹지그룹측은 “녹지그룹은 이전에 아무런 의료시설 운영 경험도 없었던 데다가 애초부터 의료기관 개설은 생각하지도 않고 있었다”며 “JDC가 워낙 강경하게 의료기관 개설을 요구하면서 2단계 토지매매계약 체결을 지연시켰고 이에 따라 2단계 사업을 위해 마련한 증자 자금에 대한 막대한 금융비용이 지속적으로 늘어나 어쩔 수 없이 의료기관을 개설하기로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2015년 4월16일 제주도의회 임시회 도정질문에서 “제주도 또는 JDC 사업 주체 입장에서 거의 강요하다시피 해서 지금까지 진행해 온 상황”이라고 발언했다. 녹지그룹측은 “투자 당시 제주도로부터 적법하고 아무런 제한 없는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를 받을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녹지그룹 “내국인 진료 전제로 사업계획 검토”=녹지그룹측은 당초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 초안 검토 단계에서 제주도와 JDC가 내국인 진료를 전제로 했다고 했다. 2014년 11월27일 녹지그룹과 JDC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사업계획서 초안 검토 회의에서 JDC 관계자들이 “제주도민에게는 의료보험 적용” “영리병원이 들어오면 도민들은 건강을 책임져 준다고 인식” “도민 입장은 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받고 싶다는 것”과 같은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제주도도 국내 보건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원희룡 도지사는 2015년 4월16일 제주도의회 임시회에 출석해 “국내 의료기관에서 의료보험 적용을 받거나 시장가격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것을 외국병원에 가서 비싼 가격을 주면서 받을 내국인은 그렇게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5년 9월 제주도청 홈페이지에 게시한 ‘외국의료기관 오해와 진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제목의 홍보책자에는 “외국인의료기관은 해외 의료관광객을 주 대상으로 하는 의료기관이지만 내국인(도민)도 진료는 받을 수 있다”고 명시됐다.

녹지그룹측은 “제주도의 내국인 진료제한부 의료기관 개설허가는 신뢰보호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고 외국 투자자의 객관적 기대를 배신한 것”이라며 “녹지국제병원 개원 지연에는 정당한 사유가 존재한다”고 항변했다.

◇ 노조 “허가 취소 사유 명백해져”=노조는 의견서를 통해 병원 개원허가 취소 사유가 명백해졌다는 입장이다. 녹지그룹측이 의료기관 운영 경험이 없음을 스스로 실토했다는 이유다. 제주에 외국인이 영리병원을 개설하려면 제주특별자치도 보건의료특례 등에 관한 조례에 따라 ‘사업시행자의 유사사업 경험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하다.

의견서에 담긴 “병원운영 경험이 없는 녹지그룹이 녹지국제병원을 운영하기 위해 관련 전문업체들과 다양한 업무협약을 체결해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는 문구도 문제 삼았다. 노조는 “병원 운영 경험이 없는 녹지그룹이 전문업체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실토하고 있으므로, 국내자본 우회투자를 금지하고 있는 요건을 위반했는지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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