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내년 최저임금 심의요청 날짜를 정하지 못한 채 혼선을 보이고 있다.

26일 노동부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하는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방안 국회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현행법이 정한 날까지 심의요청을 할지, 미룰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최저임금법과 그 시행령에 따르면 노동부 장관은 3월31일까지 다음해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요청을 최저임금위원회에 해야 한다. 그런데 최저임금위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내용의 정부·여당안에 여야가 합의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구간설정위원과 결정위원 선출 과정을 고려하면 현행법이 제시하는 시한을 지키기 어렵다.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노동부 장관의 내년 적용 최저임금 심의요청 시기를 올해는 5월31일로 연장하고, 매년 8월5일로 시한을 못 박은 최저임금 결정기한도 올해는 10월5일까지 두 달 연장했다.

노동부는 당초 내년 최저임금 수준 심의요청 계획에 대한 입장을 27일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다시 계획을 바꿔 29일까지 국회 상황을 지켜본 뒤 계획을 밝히기로 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27일 정도면 국회 법안심사 상황이 파악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좀 더 지켜보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음달 1일과 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에서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심사할지 여부도 확정되지 않았고, 정부·여당안에 야당이 합의해 줄지 여부도 불투명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최저임금 심의요청 시한을 지키라고 요구했다. 한국노총은 “정부의 일방적 결정구조 변경 추진으로 최저임금위 공익위원들이 전원 사표를 제출한 상황에서 지금 당장 최저임금위를 정상화하고 심의를 시작하지 않는다면 내년 최저임금을 둘러싸고 더 큰 사회적 갈등과 혼란이 닥칠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불확실한 4월 법 개정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현행법에 규정된 심의요청 의무를 지키지 않는 것은 법을 앞장서 지켜야 할 행정부 스스로가 법을 무시하고 위반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