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탄력근로 단위기간 확대로 노동자들의 주간 노동시간이 80시간까지 가능하다”는 주장은 대표적인 오류다. 80시간의 문제는, 현행 근로기준법이 정한 노동시간제도를 고용노동부가 해석으로 왜곡한 것이 그 원인이다. 잘 알듯이 그동안 노동부에서는 1주를 5일로 해석했다. 그래서 5일간 무려 64시간 노동이 가능하고, 나머지 2일 동안 8시간씩 더하면 최장 80시간까지 가능하다는 정말이지 어처구니없는 해석이다. 물론 대법원 판단도 우리를 어이없게 한 것은 마찬가지나, 지난해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이 부분은 명확해졌다. "1주란 휴일을 포함한 7일을 말한다(근기법 2조1항)"고 천명했기 때문이다.

탄력근로 단위기간 확대의 가장 큰 피해자가 열악한 사업장 노동자들로 지목되고 있다.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백분 동의한다. 예를 들어 5인 미만 사업장이 대표적이다. 통계상(한국노총 조사에서 558만명, 28.1%)으로도 확인이 되지만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의 수가 전체 노동자의 3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그런데 근로기준법에서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의 법률 적용 제외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해고부터 노동시간까지. 지난해에도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를 전 사업장에 적용할 것인지를 두고도 많은 논쟁이 있었지만 결국엔 제외됐다. 사업장 규모별로 적용 대상을 확대해 2021년 7월1일부터 5인 이상까지만 52시간 상한제가 적용된다. 안타깝다.

결국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아예 52시간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그 예외인 탄력근로 확대는 논의될 수조차 없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탄력근로 확대 문제는 52시간 상한제라는 원칙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기 때문에 비판받고 있지 않은가. 52시간 상한제는 5인 이상에만 적용되므로 600여만명의 노동자가 입는 고통의 1차적 원인은 탄력근로 단위기간 확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노동법 전반, 특히 노동시간제도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성·청년을 비롯한 비정규 노동자 보호를 위한 강력한 보호제도가 가장 우선적으로 시행돼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 않을 이가 있겠는가. 우선순위는 이들이 대부분 일하고 있는 사업장,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주 40시간 노동시간제도가 먼저 적용돼야 할 것이다.

“40주 연속 64시간 노동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경청할 만하다. 정말이지 그런 일이 허용돼서는 안 된다. 그런데 위 내용은 이번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 합의와는 무관하다. 다시 말해 현행 3개월 단위 탄력근로에서도, 근로기준법은 이에 관해 정하고 있지 않다. 근기법과 이번 합의가 64시간 연속노동을 허용한 것이 아니란 말이다. 찾아본 결과 노동부가 행정해석으로 “3개월, 13주 단위의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근무기간이 이어지도록 하면 최장 20주까지 근로 가능”이라고 지도하고 있었다. 어처구니없는 해석이다.

탄력근로제 입법취지는 분명하다.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엄격하게 적용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장려’하는 듯한 해석은 위법이므로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 이런 노동부 해석은 ‘1주는 5일이다’와 다르지 않다. 타임오프나 통상임금에 관한 위법한 해석과 뭐가 다른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관한 위법한 행정해석’과 ‘일반해고 지침’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잘 알고 있지 않는가. 동시에 법에 없는, 해석으로만 존재하는 탄력근로 단위기간의 제한 없는 반복 갱신 허용도 이번 기회에 금지해야 한다. 노동부가 현재의 행정해석을 폐지하고 탄력근로제 취지와 노동자 보호 목적에 충실하게 지도하는 게 우선이다.

최소한 현행 산업재해 인정기준에서 정한 연속노동 금지 한도에 관한 주장을 포함해 연간·월간 노동시간을 통제하자는 주장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제도설계 과정에서 법률이든 그 하위 시행령에서라도 명확히 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탄력근로를 하더라도 연 1천500시간 남짓의 선진국 수준의 노동조건이 돼야 한다.

이외에도 “가산수당 지급이 임금체계 전반을 흔들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기억하건대 이번 합의를 주도한 이철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말과 궤를 같이 하는 듯하다. 공부가 부족한 탓인지는 몰라도, 임금체계 전반을 흔들더라도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보다 정의롭지 않을까.

많은 토론이 이어지는 요즘, 역시 가장 중요한 목적은 앞서 살펴본 600여만명에 이르는, 아마 그 이상일 이른바 ‘대표되지 못하는 노동자’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다. 단체협약의 일반적 구속력이나 지역적 구속력을 넓히자는 의견, 초기업단위 노동조합이나 산별노조 가입을 적극적으로 제도화하자는 의견, 한국노총에서 추진하는 노동회의소제도에 이들을 담자는 의견 등이 제시되고 있다. 물론 5인 미만 사업장에도 노동법제 모두가 적용돼야 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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