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한국 정부의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사정 대화가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한·유럽연합(EU) 무역분쟁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진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EU 요구대로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못할 경우 우리나라가 입을 피해가 가볍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경총은 한·EU 자유무역협정(EU)상 ILO 핵심협약 비준은 노력사항이라는 이유로 심각하게 볼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2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다음달 9일까지 한국 정부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결과물을 내놓지 않으면 전문가패널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정부 간 협의는 지난 18일 끝났다. EU측은 한·EU 무역위원회가 열리는 다음달 9일까지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 공익위원들이 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노사정 합의 시한을 이달 말로 잡은 이유다.

전문가패널은 정부 간 협의가 실패했을 때 2개월 내에 한쪽 국가 요청으로 소집된다. 90일 안에 분쟁사항을 검토해 자문 또는 권고를 포함한 보고서를 제출한다.

한국 정부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관련법 개정 같은 성과를 내지 못하면 한국 정부의 협정 위반으로 결론이 난다. 전문가패널 보고서에 어떤 내용이 들어갈지는 미지수다. FTA 협정상 노동조항 위반으로 제재를 받은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주변 환경은 한국에 호의적이지 않다. 현재 EU의회는 선거를 치르고 있다. ILO 협약 비준 노력의무 조항을 위반한 한국 정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공약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2월1일부터 EU·일본 FTA가 발효했는데, 한국 사례가 본보기가 된다는 것도 한국 정부에 부담이다.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ILO 협약비준 노력의무 조항을 어길 경우 법적 제재는 할 수 없겠지만 다양한 정치적인 제재가 가능하고 우리 생각보다 강한 제재가 가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한국경총 관계자는 “한·EU FTA 조항에는 ILO 협약 비준 노력을 의무화하고 있을 뿐이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권고를 받게 된다”며 “모든 국가의 제도는 각자 현실에 맞게 설계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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