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욱 변호사(사무금융노조 법률원)

대상판결 : 서울중앙지법 2019. 2. 21. 선고 2015가합561002 임금

1. 사건 개요

주식회사 대교의 임금피크제(2009년 6월 및 2011년 1월)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아 무효라는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된 바 있다(대법원 2017. 5. 31. 선고 2017다209129 판결, 이하 1차 소송). 1차 소송은 직급정년에 의해 임금피크제에 해당하는 근로자들이 제기한 사건이었고, 위 1차 소송 1심 판결 선고 이후에 직급정년에 의한 임금피크제 해당자뿐 아니라 연령에 의한 임금피크제 해당자들 및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이후에 입사한 근로자들이 2차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2월21일 1심 선고가 있었다(서울중앙지법 2019. 2. 21. 선고 2015가합561002·2017가합520173·2017가합555742 병합 판결, 이하 “대상판결”이라고 함).

2. 1차 소송 판결의 내용 : 불이익변경 절차 무효

1차 소송 판결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면 이렇다. 회사는 직급정년(일정 연수 동안 승급하지 못하면 직급정년에 해당. 적용유예 및 구제절차 존재) 및 연령에 따른 임금피크제를 실시하고 있었다. 1차 임금피크제(순차로 20%·30%·40% 삭감)는 2009년 6월1일 최초 도입(총 3천331명, 찬성률 84.4%)됐고, 삭감률이 강화된 2차 임금피크제(순차로 30%·40%·50% 삭감)가 2011년 1월1일 시행(총 2천956명, 찬성률 91.4%)됐다. 원고들은 직급정년에 의한 1·2차 임금피크제가 ① 회의와 토론에 의한 집단적 의사결정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에 무효이고 ② 사회적 신분 및 연령에 따른 차별이고 ③ 삭감률이 과도해 무효(근로기준법 95조 감급제재 제한 위반, 민법 103조·104조 위반)라고 주장했다. 1·2·3심 법원은 대교의 임금피크제가 집단적 의사결정에 의한 동의가 실질적으로 보장됐다고 볼 수 없어 무효라고 판단했고, 원고들 청구를 전부 인용했기 때문에 위 ②·③번 쟁점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았다. 대상판결에는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절차와 관련해 (1차 소송에 없었던) 연령 임금피크제가 있어서 약간의 부가적인 판시가 있지만 1차 소송 판결의 내용은 대상판결에도 그대로 유지됐다. 이를 간략히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시 집단적 동의가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

①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시 필요한 근로자 과반수 동의는 가능한 사용자측의 영향력이 배제된 상태에서 상호 의견이나 토론 등 집단적인 논의를 거쳐 취업규칙 변경을 수용할 것인지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받았는가 하는 관점에서 판단함으로써 집단적 근로조건의 대등 결정이라는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② 따라서 근로조건의 불이익변경 정도, 개별 근로자들에게 미치는 영향, 사용자측이 불이익변경을 추진하게 된 경위, 해당 기업의 영업방식과 노무관리 형태 등에 비춰 의견수렴이 이뤄지는 개별 국면에서 의사결정의 자율성 침해와 관련해 지적될 수 있는 현실적 문제 등을 전체적으로 종합해 이뤄져야 한다. ③ 또한 불이익 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집단적 의사결정 방식에 따라 이뤄졌는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나. 의견취합 방식이 무효인 이유

① 변경 내용에 대한 설명과 의견취합 일정 등을 사내 홈페이지 등에 게시한 것 외에 개정의 필요성, 그 효과 등을 직원들을 상대로 직접 설명했다는 정황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② 1차 변경은 5일, 2차 변경은 3일간의 기간이 있었으나, 원고들의 업무(외근업무) 특성, 행랑에 의한 의견취합, 휴일 등을 고려하면 실제로 의견취합이 이뤄질 시간이 부족했다. ③ 회사의 가장 말단 단위인 교육국 단위에서 불이익변경에 대한 동의서를 받았는데, 다른 교육행사 등은 교육국 이상의 단위에서 시행하면서도 유독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절차만 교육국 단위에서 한 것은 집단적 논의를 배제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④ 기명(記名) 방식으로 의견을 취합한 것도 집단적 의사결정과 자율성을 상당히 위축시켰을 것으로 볼 수 있다.

다. 동의절차 위반의 효과

대교의 임금피크제는 적법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절차를 거쳤다고 볼 수 없으므로 무효다. 따라서 삭감된 임금상당액을 임금 내지 손해배상으로 구할 수 있다.

3. 대상 판결에서 추가로1) 판단한 내용 : 불이익변경 내용 자체가 무효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 절차적으로 무효라고 하더라도 불이익변경 이후에 입사한 근로자에게는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일관된 판례다(대법원 1992. 12. 22. 선고 91다45165 전원합의체 판결). 이 판례 자체가 문제가 있지만 아무튼 이러한 대법원 판결로 인해 위 1·2차 임금피크제 도입(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이후에 입사한 원고에 대해서는 절차적 무효라는 주장이 큰 의미가 없게 됐다. 따라서 임금피크제가 내용상으로도 무효인지 여부가 판단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고, 대상판결은 아래와 같이 판단했다.

① 판단 기준 : 불이익하게 변경된 취업규칙 내용과 변경 경위, 변경 당시 사용자측 경영상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 소수 직원에게만 불이익을 일방적으로 떠넘기게 되는 비합리적이거나 자의적인 차별에 해당하는지 등 여러 사정에 비춰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 현저하게 합리성을 결여했는지 여부

② 아래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의 임금피크제는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해 무효다.

경영상 어려움의 원인으로 직원 교사들에게 고정적으로 임금을 지급했던 점을 들면서도, 그에 따른 조치로 직원 교사들에게 학습지 판매 결과에 연동하는 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임금체계 도입을 택하지 않고, 기존의 고정적 임금체계를 유지하면서 소수에 불과한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들의 임금을 삭감하는 조치를 택했다.

감급 등의 징계를 당하지 않아 직무가 그대로인데도 임금삭감 비율은 감급 등 징계를 당한 경우보다 훨씬 높고, 대기발령 등과 같이 현실적인 근로제공을 하지 않은 경우에 준할 정도다. 이는 정년연장(2년)을 고려하더라도 과도한 조치다.

매출액 증가에 따른 이익은 기본적으로 피고가 취하면서도, 매출액 증가 정체나 감소에 따른 손실은 기본적으로 그 직원들에게 전가하고 있는 점에서도 부당하다.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을 상대로 퇴직을 권유하기도 했고, 내부문서에서 임금피크제 목적이 근로자 퇴출에 있다고 밝히기도 했던 점을 고려하면 근로기준법상 해고에 관한 규정을 회피하기 위해 직원 교사를 해고하려는 목적에서 도입한 것으로 추단된다(승급 기회 관련 임금피크제 부분).

연령에 관한 임금피크제는 그 합리적인 도입 이유도 찾아보기 어렵다(연령에 따른 임금피크제 부분).

4. 의의

그간 임금피크제나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의 효력을 다투는 소송은 거의 전부가 절차적으로 무효인지 여부가 쟁점이었고, 실체적으로 불이익변경의 한계를 일탈했다고 판단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절차에 관한 판단에 있어서도 2000년대 이후에는 동의대상 근로자 범주 설정이 아예 잘못된 경우 등과 같이 원천적인 하자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절차가 무효라고 판단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대상판결은 기존 1차 판결과 같이 ‘집단적 동의’의 효력 요건을 엄격하게 봤으며, 나아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내용상 한계의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각주>
1) 이 사건에서 피고는 위 1차 소송에서 하지 않았던 주장, 즉 노동조합이 단체협약으로 임금피크제를 승인한 것이라는 주장도 했지만, 상당히 억지스러운 주장이기 때문에 굳이 언급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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