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비롯한 굵직한 노동현안 처리에 들어갔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부터 도입요건 완화, 최저임금 결정구조 이원화에 이르기까지 노사와 여야 입장차가 첨예하다. 사회적 대화가 진행 중인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까지 한국 사회 노사관계와 노동시장에 변화를 불러올 법안들이 줄줄이 환노위 처리를 앞두고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김학용 환경노동위원장과 여야 간사, 의원들의 의견을 연속 청취한다.
 

▲ 정기훈 기자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이 국회 논의테이블에 올랐다. 여야정이 합의하고 노사정이 합의안을 도출한 만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야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법 개정도 어렵지 않아 보인다. 문제는 노사정 탄력근로제 합의안과 정부·여당의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이 어느 정도 수정되고 추가될지 여부다.

자유한국당 소속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58·사진)은 노사정의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와 관련해 “대화는 하되 입법은 국회 몫”이라며 국회 입법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점 재논의 여부와 관련해서는 “(탄력근로제 확대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이를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것”이라며 “합리적인 안을 만들기 위해 그간 발의된 법안들의 장단점을 분석·검토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최근 본위원회 파행사태를 겪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대해서는 날 선 비판을 쏟아 냈다. 그는 “국회의 고유권한을 침해한다”며 “사회적 합의 대표성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갖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18일 국회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김학용 위원장은 탄력근로제·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과 함께 최대 노동현안 중 하나인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한 생각을 풀어냈다. 그는 “ILO 핵심협약이 모든 국가의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다”며 “우리 노사관계를 충분히 검토해 현실에 맞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과 일부 노동계에는 적대감을 드러냈다. 일부 답변은 서면인터뷰 내용을 인용했다.

“탄력근로제 확대 입법 3월에 마무리 짓겠다”

-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 방향을 어떻게 평가하나.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노동존중 사회를 표방하며 소득주도 성장과 최저임금 인상,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근무제 확립 같은 설익은 정책을 밀어붙였다. ‘노동존중’을 앞세운 탓에 노동개혁은 온데간데없고 ‘괴물 노조’만 활개치고 있다. 각종 지표들이 말해 주듯 현 정부 들어 소득 양극화는 갈수록 심해지고 일자리도 줄고 있다.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들을 잘살게 해 주겠다고 했는데 오히려 창업보다 폐업이 더 많다. 그야말로 국민의 삶은 안중에도 없이 그저 자신들이 추구하는 이념만을 고집하다 한국경제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퇴보의 시간이었다. 잘못된 경제정책을 수정·폐기하고 위기 돌파를 위한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할 때다.”

- 탄력근로제 관련 노사정 합의를 존중하되 입법권을 가진 국회가 합의 내용을 그대로 받아 처리하는 것은 국회 권한을 축소시킨다고 우려했다. 반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한국노총과의 정책간담회에서 사회적 합의를 존중해 입법하겠다고 약속했다. 온도차가 있는 것 같은데.
“경사노위의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안 처리가 11일 무산됐다. 지난 7일에 이어 두 번째다. 근로자위원 중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3명이 회의 참석을 거부해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사노위 의사결정구조의 난맥상이다.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 3명의 회의 보이콧도 부당하다. 전체 위원 18명 중 3명이 거부하면 아무 결정도 할 수 없는 구조는 민주적이라 할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미조직 근로자와 소외계층 대표들로서 양대 노총이 대변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대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탄력근로제 확대 입법의 시급성이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는 주 52시간 근로제가 산업현장에 미칠 충격을 줄이기 위한 완충장치다. 계절성이 심한 업종이나 연구소 등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특정 시기에 장시간 노동이 불가피하다.

탄력근로제 확대는 이미 여야정 합의가 이뤄진 사안임을 간과해선 안 된다. 개인적으로는 애초에 불가능한 일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 대화는 하되, 입법은 국회 몫이다. ‘대화를 통해 합의했으니 국회는 합의안을 그대로 받아라’는 식의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 국회 고유권한을 침해하고 국가예산만 축내는 옥상옥의 경사노위가 과연 계속 존재해야 하는지 심각한 검토가 필요하다. 소관 상임위원장으로서 사안의 시급성을 감안해 3월 국회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입법을 매듭지을 생각이다.”

- 탄력근로제 노사정 합의와 별개로 원점에서 재논의하겠다는 의미인가.
“원점 재논의라기보다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기에 이를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말이다. 국민이 보기에 가장 합리적인 안을 만들기 위해 그간 발의된 법안들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검토하겠다.”

“ILO, 협약 비준 강제할 권리 없어”

-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한 입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ILO 핵심협약 비준은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나라 경제에 또 다른 불확실성을 키우는 불씨가 될 것이다. 지난해 경사노위가 발표한 공익위원안대로 입법이 이뤄지면 해고·실직 노동자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해직교원 가입 문제로 법외노조 판정을 받은 전교조가 다시 합법화되고, 불법파업 등으로 해직된 사람도 노조원 자격으로 노사 교섭에 관여할 수 있게 된다. 6급 이하만 가입할 수 있는 공무원 노조도 관리직과 일부 직종을 제외하고는 모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소방관도 노조원이 될 수 있다. 공무원·교사 파업도, 특수고용직 노조 설립도 가능해진다. 그야말로 법 위에 군림하는 노조 세상이 되는 것이다. ILO는 노동권 보장을 위해 8개 핵심협약 비준을 권하지만 강제할 권리는 없다. 노사관계는 나라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아무리 ILO 핵심협약이라도 모든 국가에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 ILO 회원국 187개국 중에서 8개 핵심협약을 다 비준하지 않은 나라가 44개국이나 된다. 국제기준을 참고해 우리 상황에 맞게끔 헌법과 법률에 따라 운영하면 된다. 상호 협력관계인 다른 선진국의 상황을 강성노조에 의해 수시로 파업이 이뤄지는 우리 상황에 무조건 맞추라고 하는 건 일종의 갑질이다.”

- ILO 핵심협약 비준이 선진국에만 해당하는 사안은 아닌 것 같다. 너무 편향적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데.
“유럽은 유럽대로 노사관계 특수성이 있고, 우리는 우리만의 노사관계가 있지 않나. 그 특수성을 충분히 살려야 한다는 뜻이다. ILO가 핵심협약 비준을 권고했다고 해서 무조건 해야 하는 것도, 다른 나라에서 비준하지 않았다고 해서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노사관계를 충분히 반영해 우리 현실에 맞는 법안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해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과 대체근로 허용 등을 두고 노사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관련 법안을 발의했는데.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상 우리나라 노사 간 단체협약 유효기간은 2년이다. 미국과 일본·독일 등 주요 경쟁국 가운데 주기가 가장 짧다. 그렇다 보니 노사 간 첨예한 갈등과 투쟁이 반복되고 기업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경영계는 단협 유효기간을 4년 내지 5년으로 연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급격한 연장에 따른 부작용을 감안해 1년 연장하는 안을 입법화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다소나마 합리적이고 대등한 노사관계가 형성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기업 지불능력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포함해야”

- 정부·여당이 결정구조를 이원화하는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추진 중이다. 어떤 입장인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한 고용불안과 소득격차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침체된 우리 경제에 숨통을 틔울 수 있는 합리적인 제도인지는 의문이다. 그동안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은 말만 공익이었지 실제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정부 입장만을 대변하기 급급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개편 취지와 달리 오히려 제도만 복잡해지고, 옥상옥 구조로 이해당사자 간 소모적인 갈등만 심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최저임금은 노사 어느 한쪽의 요구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 계량화된 수치를 통해 충분히 예측 가능해야 지속가능성이 있다. 가장 실질적인 ‘기업 지불능력’이 다른 지표와의 중복을 이유로 최저임금 결정기준에서 빠졌다. 기업 지불능력·생산성·실업률 같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결정기준은 반영해야 한다.”

-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빼놓지 않고 나오는 이야기가 주휴수당 문제다. 주휴수당 제도개선 의지를 밝혔는데.
“주휴수당은 유급휴일에 근로자가 받는 수당을 말한다. 근로기준법은 주당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인 근로자에게 주당 1회 이상 유급휴일을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제도는 66년 전인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당시 일본 제도를 본떠 만들었다. 당시 한국전쟁 직후 턱없이 낮은 임금을 받고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하는 열악한 근로조건을 다소나마 개선하기 위해 도입됐다. 2011년 주 5일 근무제가 정착되고 지난해 주 52시간제가 도입되는 등 근로환경이 변화된 상황에서는 비정상적인 제도가 아닐 수 없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는 주휴수당 제도가 없고, 프랑스는 1년에 노동절(5월1일) 하루만, 독일·호주·캐나다는 국가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보장하고 있다.

이미 주휴수당 부담을 떠안게 된 편의점 등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주 15시간 이내로 고용하는 이른바 ‘쪼개기 알바’로 부담을 피하고 있다. 기본급이 적은 일부 대기업은 전체 연봉이 높아도 법정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해 처벌받아야 한다. 비상식적인 제도에 우리 경제가 발목 잡힌 모양새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정책도 사회가 감내할 수 없다면 국민을 힘들게만 할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66년간 현실과 동떨어진 채 지속된 주휴수당 문제를 최저임금 개편논의와 함께 풀어야 한다.”

“옥상옥 경사노위 해체해야”

- 경사노위 체제에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사회적 대화기구 발전방안과 대안이 있다면.
“세계 최고의 강성노조가 득세하는 국내 현실에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노사가 사회적 대화로 (문제를) 풀어 가기는 쉽지 않다. 하르츠 개혁을 이끈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2015년 방한 때 ‘노조와 기업 의견을 충분히 듣되 최종 결정은 정당성을 가진 정부가 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민주적’이라고 조언한 바 있다. 사회적 대화에 집착할 게 아니라 정부·국회가 책임감을 갖고 국익을 위해 결단할 건 결단해야 한다. 이번 탄력근로제 확대 논의와 관련한 경사노위 사회적 합의 불발에서 볼 수 있듯, 이보다 더 복잡하고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들을 사회적 대화로 해결하겠다는 것은 너무 교과서적인 순진한 접근이다. 개인적으로는 국회 고유권한을 침해하고 국가예산만 축내는 옥상옥의 경사노위는 해체하고, 사회적 합의 대표성을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갖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 환노위원장으로서 노동정책 방향을 제시한다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인한 경제가 혼란스럽고 국민 모두가 우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만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 같다. 친노동 정서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친기업 정서도 균형감 있게 가져야 한다. 한때 ‘병든 나라’로까지 불렸던 일본과 독일이 경제 활력을 되찾은 것은 노동시장 유연화와 규제혁파 등 과감한 정책 전환 때문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새겨야 할 교훈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