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금융노조(위원장 허권)가 최종구 금융위원장에게 기업은행 노동자들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를 선임하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끝내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면 퇴진투쟁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노조 기업은행지부는 지난달 27일 박창완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을 사외이사로 추천하는 제안서를 금융위에 전달했다. 박창완 위원은 금융노조 부위원장 출신이다.

기업은행 사외이사는 정관에 따라 은행장이 제청하고 금융위원장이 임명한다. 지부는 기업은행에 협조를 구했지만 반응이 없자 금융위에 사외이사를 추천했다.

금융위는 탐탁지 않은 표정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은행은 임금이나 복지 등 근로여건이 다른 산업보다 훨씬 양호하다”며 “금융권에서 (노동이사를) 먼저 도입할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노동이사제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다. 금융위원장에게 금융행정업무 개선방안을 제안하기 위해 구성된 금융행정혁신위원회도 금융권 노동이사제 도입을 권고했다.

허권 위원장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대통령 공약을 실현하기는커녕 그 앞을 막아서는 데에만 혈안이 돼 있다"며 "내부 논의를 거쳐 필요할 경우 퇴진투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김형선 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우리가 요구한 사외이사 선임은 노동이사제가 아닌 그 전 단계인 노동자 추천 이사제일 뿐”이라며 “누구도 시작하지 않은 대통령의 공약을 가장 먼저 현실화한 선구자가 될 것인지 아니면 대통령의 개혁의지를 모욕하는 짓에 앞장설 것인지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기업은행은 지부와 별도로 최근 금융위에 2명의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지부는 금융위가 기업은행 사외이사 후보를 역제안하는 관행이 있기 때문에 노동자 추천 이사를 선임하는 것에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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