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의료노조

전북대병원에서 용역업체 소속으로 시설물 유지·관리업무를 하는 김재형씨. 2017년 7월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정책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희망에 부풀었다고 한다. 그동안 비정규직으로서 겪은 서러움을 보상받게 될 것이라는 기대도 했다. 하지만 바뀐 것은 없었다. 2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규직 전환은 답보 상태다. 김씨는 "희망고문에 지쳐 간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만 이런 것이 아니다. 13일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국립대병원 파견·용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율은 0%에 가깝다. 노조는 “정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국립대병원은 정규직 전환 1단계 대상기관으로 2017년 말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원칙이었다”며 “전환 준비시간이 필요한 경우 일시적으로 계약을 연장할 수 있지만, 국립대병원 사측은 계약 연장을 남용하며 정규직 전환을 미루고 있다”고 비판했다. 공공부문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파견·용역노동자는 민간업체와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에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나영명 노조 기획실장은 “그나마 부산대병원이 파견·용역노동자 24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는데, 이마저도 양산부산대병원에서 불법파견과 정규직과의 차별 논란이 일면서 진행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전국 14개 국립대병원 중 노조 산하 7개 국립대병원의 파견·용역노동자 규모만 해도 2천89명에 이른다.

노조 “정규직 전환 사실상 0%”

노조는 국립대병원들이 서로 눈치 보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보건의료 분야 노사정은 2017년 9월 ‘공공병원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과 지난해 9월 ‘공공병원 파견용역직 정규직 전환에 따른 표준임금체계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국립대병원 노사는 이 두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세부방안을 협의해야 한다. 나영명 실장은 "국립대병원 중 정규직 전환 논의를 진행한 곳도 있지만 형식적인 회의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측이 자회사 설립을 위해 시간 끌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정재범 노조 부산대병원지부장은 “부산대병원은 올해 1월 ‘부산대병원 간접고용 근로자 정규직 전환방안 컨설팅 용역 입찰공고’를 냈다”며 “해당 용역은 부산대병원 간접고용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인데 과업지시서에는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 전환 세부 실행방안’까지 포함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생명·안전업무 종사자, 직접고용해야”

현장 노동자들은 정규직 전환이 미뤄지는 사이 열악한 노동환경에 내몰린다고 토로한다. 김재형씨는 “병원에서 일한 5년 동안 업체가 세 번이나 바뀌었다”며 “매년 12월이 되면 근로계약 해지 통지서를 받고 1월이 되면 국민연금공단이나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됐다는 전화를 받는 것이 여간 곤혹스럽지 않다”고 전했다.

전남대병원 청소용역 노동자 김종숙씨는 “도급회사 내에서 노조 조합원은 휴일특근에서 배제되거나 급여에서 차별을 받는 등 부당행위가 발생하고 있다”며 “차별에 울면서도 청소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우리를 방치하지 말고 정규직으로 전환해 달라”고 촉구했다. 나영명 실장은 “국립대병원 노동자들은 모두 생명·안전업무 종사자들로 병원측이 직접고용해야 하는 노동자”라며 “사측은 자회사가 아닌 직접고용 원칙을 실현해야 하며, 3월 말 안에는 노사가 정규직 전환 완료 시점을 합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노조와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정미·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국립대병원 파견용역직 정규직 전환 해법 모색’ 토론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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