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사람' 조문을 받지 마라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의료원 고 서지윤 간호사의 죽음 원인을 밝힐 진상조사위원회가 출범한다.

10일 서울의료원 직장내 괴롭힘에 의한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사건 시민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서울시와 시민대책위가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가 12일 위원 위촉식을 갖고 활동을 시작한다. 조사위원은 시민대책위와 서울시가 추천한 인사 10명으로 구성된다.

고인은 2013년 서울의료원에 입사해 병동에서 일하다 지난해 12월18일 간호행정부서로 옮겼다. 새 일을 시작한 지 20여일 만인 올해 1월5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조문도 우리 병원 사람은 안 왔으면 좋겠어"라는 유서를 남겼다.

유가족과 시민대책위는 고인의 죽음이 직장내 괴롭힘과 병원 태움문화 때문으로 보고 유가족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대책을 서울시에 요구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유서에 병원 사람은 아무도 오지 마라고 할 정도의 괴롭힘이 있었다는 것, 병원 태움이 무엇인지 이제 알게 됐다는 메시지를 엄마에게 보냈던 것 정도의 사실만 드러난 상태다.

진상조사위가 고인 죽음의 진실을 밝히고 병원 노동환경 전반을 개선하는 계기를 만들지 관심이 모아진다. 태안 화력발전소 김용균 노동자 죽음으로 발전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위험의 외주화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듯이 고인의 죽음이 병원 노동환경을 점검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대책위에서 활동하는 김경희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새서울의료원분회장은 "진상조사는 누가 자살을 하도록 만들었는지를 지목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의 어떤 환경이 고인을 죽음으로 내몰았는지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며 "간호사 한 명당 적정 간호인력을 규정하는 등 병원 노동환경을 제도적으로 개선하는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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