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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결체계 파행, 반년 만에 법 개정 검토] 초유의 경사노위 의결 무산, 휘청이는 사회적 대화
▲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박태주 상임위원과 함께 7일 오전 서울 새문안로 경사노위에서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의 불참으로 본위원회 의결정족수를 못 채운 것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기훈 기자>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본위원회 일부 위원 보이콧으로 의제별위원회 합의사항을 의결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당분간 의결구조 정상화가 쉽지 않아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제도개선 논의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태 책임을 둘러싸고 경사노위와 노동계, 노동계와 노동계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경사노위는 본위원회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결구조 개편을 검토 중이다.

계층별 대표 3인 결국 불참
11일 본위원회 재소집


경사노위는 7일 오전 청와대에서 2차 본위원회와 보고대회를 열 계획이었지만 일부 위원 불참으로 회의를 개최하지 못했다. 청년·여성·비정규직을 대표하는 본위원회 위원인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나지현 여성노조 위원장·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전날 밤 늦게 입장문을 내고 본위원회 불참의사를 밝혔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에 반발한 이들은 본위원회 참가 여부를 숙고한 끝에 불참 결론을 내렸다. 노·사·정 본위원회 위원 중 각각 절반 이상 참석하지 않으면 의결 자체가 안 된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기로 했던 청와대 보고대회는 취소됐다. 경사노위는 이날 오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본위원회를 열어 경과과정을 보고하고 향후 대책을 논의한 뒤 마무리했다. 의제별위원회에서 합의한 △탄력근로제 개편 △고용안전망 개선 △디지털 전환에 대한 노사정 기본인식과 정책과제에 관한 기본합의는 의결하지 못했다. (가칭)버스운수산업위원회와 (가칭)양극화 해소와 고용플러스위원회 설치 의결도 미뤘다.

경사노위는 11일 오전 경사노위 회의실에서 본위원회를 다시 열어 이날 의결하지 못한 안건을 처리할 계획이다. 계층별 대표 3인에게는 회의 참가를 설득하기로 했다.

취약계층 의결권 축소하나

계층별 대표 본위원회 위원 배정과 의결기준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에 명시돼 있다. 경사노위는 취약계층을 포함한 다양한 의견수렴을 위해 계층별 대표를 두고 있다. 옛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법 전부개정으로 지난해 9월13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사태 여파로 법 시행 반년 만에 개정이 추진될 전망이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위원회의 의사결정 구조와 위원 위촉 등 운영방식에 대해 근본적인 대안을 검토하고 마련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계층별 대표의 의결권한이 지나치게 크다고 보고 축소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박태주 경사노위 상임위원은 “사회적 대화의 핵심은 전국 차원의 노사단체 정상조직들이고, 여성·청년·비정규직도 중요하지만 보조축이라고 생각한다”며 “현행 법과 의사결정 구조에는 중심과 보조축과의 관계가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다는 문제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탄력근로 법안심사 진통 커질 듯
ILO 핵심협약 비준 ‘빨간불’ 켜질 수도


법 개정은 장기과제다. 당장 경사노위 정상화가 시급하다. 계층별 대표 3인이 본위원회 불참입장을 고수하면 이날 의결 무산과 같은 파행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3월 임시국회에서 탄력근로 단위기간 확대와 관련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심사한다. 지난달 19일 경사노위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 노사정 합의 도출에도 본위원회 의결이 불발되면서 법안심사 진통이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당장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기류변화가 감지된다. 환노위 자유한국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지난달 노사정 합의가 나온 직후 “합의를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날 <매일노동뉴스> 통화에서는 “당사자 간 합의가 가장 중요하지만 입법기관인 국회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임 의원은 이어 “경사노위 본위원회에서 일부 위원 반대로 의결을 하지 못한 만큼 노사정 합의라고 볼 수는 없지 않냐”며 “탄력근로 단위기간 1년을 논의 출발점으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노사정이 합의한 내용은 탄력근로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것이다.

경사노위 파행이 ILO 핵심협약 비준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재계가 경사노위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 논의에 더욱 소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의결 무산 책임공방에 노노갈등까지

본위원회 의결 무산에 대한 책임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열린 경사노위 본위원회에서 “계층별 대표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보다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계층별 대표들을 설득하겠지만 계속 본위원회에 불참한다면 단호한 대처를 주장한 분들의 의견이 좀 더 무게 있게 다뤄지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이나 경사노위 내부 규정상 본위원회 위원들을 징계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그럼에도 본위원회 결의로 계층별 대표 3인을 제재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노동계 내부 갈등은 심화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어렵게 차려진 사회적 대화라는 밥상을 스스로 걷어차 버린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들의 가볍고 무책임한 행위에 분노한다”며 “취약계층 대표자들이 당초 참가 입장을 번복하는 과정에 이들을 겁박한 세력이 있음을 잘 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이나 관련 조직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계층별 노동자위원 불참 선언으로 본위원회가 사실상 무산된 것은 민주노총이 저임금·장시간 노동자 보호를 이유로 반대했던 의제를 정부와 국회가 무리하게 추진하며 소모적인 논의를 벌인 결과”라고 주장했다.

'계층별 대표 3인 비판'이 불편한 까닭

경제사회노동위원회 2차 본위원회 의결이 7일 무산되면서 회의를 보이콧한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나지현 여성노조 위원장·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에게 비판이 쏠린다. “사회적 대화기구 본위원으로서 무책임하다”는 것이다.

실제 실업부조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사회안전망개선위원회의 고용안전망 개선 합의는 비정규직이나 청년·여성의 삶에 밀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계층별 대표들이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탄력근로제도 국회 법안심사 과정에서 지난달 19일 노사정 합의보다 못한 내용으로 처리되면 이들 3인의 정치적 부담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이들 세 명만 비판받을 일이 아니다”는 목소리도 거세다. 계층별 대표 3인은 탄력근로제 관련 합의 내용뿐 아니라 논의 과정에 대해서도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계층별 대표 제도는 본위원회 노동자위원의 대표성을 높이고, 취약계층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럼에도 탄력근로제 관련 논의를 한 노동시간제도개선위에 계층별 대표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된 적은 없다. 회의 참가나 참관, 회의 내용 공유도 안 됐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경사노위는 지난달 19일 이후 여러 차례 이들을 만나 합의 내용을 설명했다고 한다. 어디까지나 사후설득에 불과하다.

비정규직이나 여성·청년 대표자를 사회적 대화기구에 참여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박근혜 정부 때부터 제기됐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 들어 사회적 대화기구를 재편하면서 현실화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이 시행된 지 6개월, 본위원회가 출범한 지 4개월도 되지 않아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경사노위 입장은 성급해 보인다.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은 민주노총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정작 비판받아야 할 대상은 세 분을 완전히 배제한 탄력근로 논의 과정, 자기 역할을 다하지 못한 민주노총”이라고 주장했다.

김학태  tae@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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