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정의당 여영국 후보 상임선대본부장

대표님 안녕하세요. 당무 관장하시랴 창원 성산 보궐선거 지원하시랴 얼마나 노고가 많으신가요. 정의당과 민중당 후보들 선거사무소가 지척인데 직접 뵙고 인사드려야 하나 지면으로나마 인사드립니다.

잘 알고 있듯 창원 성산은 울산 북구와 함께 진보정치 1번지로 불리는 곳이죠. 보수텃밭 영남에서 2004년 민주노동당 권영길·조승수 후보를 당선시킨 곳이자 25%에 이르는 높은 정당비례투표율로 단병호·심상정 노동자 국회의원을 비롯해 8명의 비례대표의원을 당선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곳입니다. 자민련 비례 1번 김종필 후보를 낙선시키고 민주노동당 비례 8번 노회찬 후보를 당선시킨 힘은 노동자들의 계급투표에 있었습니다.

지금 창원 성산에서는 가장 슬픈 선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고 노회찬 의원에 대해 다른 평가를 하는 분이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여영국 후보와 정의당으로서는 선거 자체가 고통스럽습니다. 정의당과 민중당 후보단일화 논의도 쉽지 않아 많은 분들에게 송구한 마음입니다.

지난 5일 대표님은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번에 노회찬 후보와 손석형 후보가 단일화한 방식을 흥정하고 뒤흔드는 것이 그것이 노회찬 정신이냐”며 “고인을 함부로 입에 올리지 말라”고 정의당과 여영국 후보 선대본을 비난하셨습니다.

가뜩이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정의당 예방에서 느닷없는 드루킹 망발로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았는데 대표님 말씀 역시 놀라웠습니다. 밤새 고민하다가 이런 상태를 방치하면 상처만 깊어질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저의 생각이나 사실관계에 잘못이 있으면 언제라도 바로잡아 주실 것을 기대하면서 대표님 주장에 대한 입장을 말씀드립니다.

민주노총 조합원 총투표를 통한 후보단일화가 창원지역의 역사와 전통이라는 민중당 주장은 일반화할 수 있는 역사와 전통이 아닙니다.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 이후 실시된 두 번의 총선에서 각기 다른 방식과 경로로 후보단일화가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2012년 총선에서 손석형 통합진보당 후보는 변철호 민주통합당 후보와 여론조사 방식을 통한 ‘선 단일화’를 이룬 다음 김창근 진보신당 후보에게 같은 방식으로 단일화를 제안했으나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2016년 총선에서는 손석형 무소속 후보와 노회찬 정의당 후보 간 누구를 “민주노총 후보”로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투표가 성사된 것입니다. 응당 그 대상은 민주노총 조합원에 한정돼야 합니다. 민주노총 후보가 된 노회찬 정의당 후보와 허성무 민주당 후보는 정당 간 협상을 통해 주민여론조사 방식으로 최종 노회찬 후보가 강기윤 새누리당 후보에 맞설 단일후보가 됐습니다.

2012년이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 선 단일화 후 진보신당과 최종단일화 경로였다면, 2016년은 선 민주노총 후보 결정 후 더불어민주당과 최종단일화 경로였습니다. 2004년 이후 창원의 역사와 전통은 진보개혁세력이 여하히 단일화해 보수정당과 일대일 구도를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민주당에서 2004년 이후 한 번도 본선에 후보를 출마시키지 못했다고 한탄하는 것도 이 때문이죠.

한편 민중당에서는 선거인단 모집을 통한 민중경선제를 새롭게 제안하면서 최근 실시된 경남교육감 선거 사례를 들었지만 이 역시 정당 소속이 될 수 없는 교육감 후보가 가지는 상황에 기인한 것이라고 할 것입니다. 오히려 민중당 창당 이후 실시된 2018년 울산 북구 보궐선거에서는 정의당과 민중당 후보 간 단일화 방식으로 민주노총 울산본부 대의원 투표 50%와 북구주민여론조사 50%를 합산해 결정한 바 있습니다.

이렇듯 다양한 후보단일화 사례가 있고 노회찬·손석형 후보의 경우에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지금 여영국 정의당 후보와 손석형 민중당 후보가 민주노총 지지후보를 결정하는 논의를 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물론 저의 생각에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입장 ‘차이’는 될지언정 매도를 당할 ‘나쁜’ 생각은 아니며 정의당과 민중당이 처한 상황의 차이라고 저는 이해합니다. 평소에는 저렇게 비난하면서 선거 때만 되면 단일화하자는 우리들의 모습이 노동자 대중들에게 어찌 비춰질지가 두려울 따름입니다. 진보통합을 위해서라도 차이를 인정하고 같음을 찾아 나가는 노력이 더욱 필요한 때가 아닐런지요. 내내 건승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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